문화에 빠진 쇼핑몰, 랜드마크로 거듭나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지역 대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초고층 복합 쇼핑몰.

일본 등 유통 선진국뿐 아니라 국내 유통업계도 이런 `타운형` 복합쇼핑몰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산 중구 중앙동 옛 부산시청사 부지에 일부 개장한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이달 25일 `아쿠아몰`을 열고 복합 쇼핑ㆍ문화ㆍ생활단지를 표방하는 부산 롯데타운의 1단계 개장을 마무리한다.

롯데타운 초고층 타워는 2016년에나 완공되지만, 개장을 열흘가량 앞두고 둘러본 `아쿠아몰`은 도쿄 미드타운과 롯폰기힐스 등 일본의 관광 명소들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랜드마크가 된 쇼핑 타운=12일 오후 일본 롯폰기힐스 내 모리타워 52층 전망대. 평일 낮시간대인데도 많은 사람이 해발 250m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도쿄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떠들썩한 모습이었다.

전망대를 둘러보던 사람들의 발길은 바로 53층에 있는 모리 미술관으로 향했다. 이곳에서는 일본 설치미술가들이 펼쳐놓는 `센싱 네이처(Sensing Nature)` 전시회가 한창이었다.

미술관 문을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동선은 자연스럽게 쇼핑몰로 이어졌다.

220개 점포부터 영화관, 공원, 호텔, 사무실, 주택, 방송국까지 자리 잡은 이런 타운형 쇼핑몰은 "그곳에 가면 모든 것이 있다"는 인식에 힘입어 불황까지 극복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롯폰기힐스의 매출은 현재 금융위기 직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롯폰기힐스의 마쓰나가 아쓰시 영업본부 상업운영부장은 "롯폰기힐스의 고객들은 밥 한 끼 먹고 가는 게 아니라 평균 4시간 머물며 쇼핑과 문화, 놀이를 모두 즐긴다"며 "전망대와 미술관 덕에 롯폰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문화 도심`을 꿈꾼다는 점에서는 총 연면적 56만2천975㎡으로 `수도권 이남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을 표방하는 부산 롯데타운도 마찬가지다.

13일 오후 부산 롯데타운 내 아쿠아몰 지하 1층∼지상 3층에서는 롯데가 100억원을 들여 만든 야심작 `아쿠아틱쇼`의 시험 무대가 펼쳐졌다.

높이 23m, 폭 18m로 세계 최대 규모 음악분수인 `아쿠아틱쇼`는 물줄기와 레이저빔을 발레를 하듯 섬세하게 움직이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최대 규모인 420석의 문화홀과 갤러리, 5층 한 층을 모두 차지한 대형서점, 키즈 카페, 스파 등도 다양한 볼거리 제공을 위해 인테리어 공사에 한창이었다.

아쿠아몰이 개장하면 롯데백화점 광복점의 명물이었던 전망대도 옥상정원 `스카이 파크(Sky Park)`의 후광효과를 덧입게 된다. 아쿠아몰 부분이 더해지면 스카이파크 총 면적은 옥상정원으로는 전국 최대 규모인 6천200㎡ 면적이 되기 때문.

이에 더해 2014년 롯데마트ㆍ시네마 동을 열면 정원 규모가 훨씬 커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며, 2016년 108층짜리 초고층 타워까지 완공되면 도시 전망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극대화될 전망이다,

◇신격호 회장의 꿈..지역 상권 살리기=광복점 매출은 신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롯데타운 주변 지역은 다소 침체된 분위기였다. 중심 상권이 서면과 해운대로 넘어간 탓이다.

이런 부산 롯데타운 개발 과정은 잠실 롯데타운 사례와도 곧잘 비교된다.

롯데타운이 들어서기 전 황량한 벌판이었던 잠실에 진출하는 데 여러 사람이 의구심을 보이자 신격호 회장이 "상권은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는 일화는 이미 유통업계에 유명한 이야기다.

비슷하게 구도심인 광복 지역에 108층짜리 오피스ㆍ호텔 빌딩을 짓는 데 의아하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신 회장은 이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추진해 왔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이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에 성공하기 전 어려웠던 시절을 보낸 영남지역 상권을 살리는 일에 각별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룹 내부에서는 추측하고 있다.

옛 부산시청 부지를 활용한 롯데타운 프로젝트는 구도심 부활과 서부상권 발전뿐 아니라 부산시가 추진 중인 국제 해양 관광.산업단지 프로젝트 `북항 재개발` 사업의 촉매제로도 여겨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부산 롯데타운은 소방차조차 들어가기 어려운 낙후된 동네를 말끔한 상권 중심지로 변신시킨 롯폰기힐스, 방위청 부지를 민간 기업이 개발해 248m의 초고층 타워를 포함한 고급 쇼핑단지로 개발한 도쿄 미드타운과도 닮아 있다.

지역 커뮤니티에 발판을 두고 개발된 만큼 이에 연계한 서비스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점도 비슷하다.

부산 롯데타운을 설계한 미국 SOM사의 또 다른 설계 작품인 도쿄 미드타운은 전체 부지 면적의 40%를 녹지 공간으로 조성했으며 디자인 미술관 `21_21 디자인사이트`, 산토리 미술관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해마다 디자인 어워드를 개최해 상금을 주는 것은 물론 디자인 작품을 상품화할 기회까지 주는 등 인재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부산 롯데타운 역시 전체의 20%를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팽나무 정원 등 녹지로 조성하고 있으며 광복점 옥상 전망대와 스카이파크를 개방하고 있다.

여기에 아쿠아몰 개장으로 문화기능(문화센터, 스포츠센터 등)과 의료기능(클리닉), 교육기능(어린이 영어학원, 키즈카페)능도 더하게 된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설풍진 점장은 "상권에서 아쉬워하고 적합한 서비스를 찾아 제공해야 한다"며 "클리닉, 스포츠센터, 문화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지역 주민들의 바람이 있어 아쿠아몰에 이런 기능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