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MOT 인력 양성 팔 걷었다

지경부, 기술경영 전문대학원 설립 지원

스티브 잡스와 래리 페이지의 공통점은? 첫 번째는 널리 알려졌듯 세계 최고의 IT 기업을 창립한 경영인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공통점은 그들 모두 기술을 잘 아는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로 `기술을 깊이 알고 있는 경영자`라는 특징을 꼽는다.

기술적 바탕이 없는 경영이나 기술 기반이 있어도 경영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소비자 구미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내기 힘든 시대다. `기술경영(MOT)`이 주목받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각 대학에서 연간 3000명 이상의 MOT 인력을 배출하지만 우리나라는 200여명에 채 못 미치는 수준인데다 학위과정 중심의 일반대학원이 대부분이다.

이에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지식경제부 및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고려대 · 서강대 · 한양대 3개 대학을 MOT전문대학원 설립 지원 대학으로 선정해 1년에 10~15억원씩 5년간 지원키로 했다. 개별 대학원 설립 지원 규모로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전문대학원 인허가 절차가 끝난 후 내년부터 신입생을 받을 예정이다. 일반대학원 운영대학으로는 전남대학교와 한국기술교육대학교가 선정됐다. 이들 대학원은 향후 전문대학원 전환이 추진될 계획이다.

특히 한양대학교는 MOT 전문대학원에 `프로젝트 프렉티컴` 과정을 도입한다. 논문을 대신해 학생들이 자신이 근무하며 느낀 문제점을 실습으로 해결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은 전임교수 및 기업체로부터 파견된 겸임교수와 함께 조를 이뤄 문제 해결에 도전하게 된다. 이를 통해 특허 설계 및 관리 등 기술경영 인력과 각 기업의 수요에 맞는 CTO를 육성한다.

서강대학교의 경우 국내 대학의 청년 벤처인력 양성 및 기술사업화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미래기술원(SIAT) 차원에서 커리큘럼을 설계했다. 기술사업화 전문인력과 기술과 경영 능력을 두루 갖춘 벤처 사업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반장식 SIAT 원장은 “기술혁신이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기술인의 경영 · 관리마인드가 필수”라며 “산업체 재직자가 이러한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기술 기반을 가진 전문 경영인을 육성한다는 취지에 맞게 대학원생은 대부분 산업체 재직자 중심으로 구성된다. 지경부 관계자는 “기존의 대학원 과정은 학술연구에 중점을 둔 일반학위과정으로 운영돼 실무형 고급 인재양성에 한계가 있었다”며 “산업체 재직자를 대상으로 했던 단기과정들도 질적 측면에서 미흡한 실정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업 공모에는 국내 주요 대학 8개교가 몰려 MOT 분야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MOT전문대학원 심사와 선정을 주관한 한국산업기술진흥원 관계자는 “커리큘럼 구성은 각 대학 자율에 맡기되 특화된 MOT 커리큘럼을 제시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평가항목에도 `산업계 수요 및 대학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 전략`이 높은 배점으로 포함됐다.



<용어설명>

기술경영(MOT:Management Of Technology)=1980년대 미국 스탠퍼드대 윌리엄 밀러 교수가 기술경영 강좌를 개설한 것이 효시다. 기술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혁신적 제품을 고안하는 등 공학과 경영학을 통합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기술투자 비용에 대해 최대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