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실감미디어] 3D 게임 제작 현장을 가다

[연중기획-실감미디어] 3D 게임 제작 현장을 가다

3부/3D 현장을 가다

9. 3D 게임 제작- AP스튜디오

게임 캐릭터가 누비고 다닐 길이 그려진다. 나무와 잔디, 산과 폭포, 하늘도 준비된다. 평면에 누워 있던 각각의 그림이 개발자 손을 거치자 위로 솟아오른다. 생명을 부여받고 숨을 쉰다. 그림을 하나하나 모아 한 화면에 배치하자 금세 게임 주인공들이 뛰어다닐 것만 같은 게임 세트장이 만들어진다. 다시 한 번 효과를 주고 3D 안경을 쓰자 산은 저 멀리 있고 주인공 등 뒤에서는 폭포수가 흘러내린다. 화면 속으로 빠져들어 게임 주인공인 볼츠, 블립, 타이거잭슨과 함께 모험을 즐기고 싶어진다.

카르마 온라인, 스페셜포스 등 게임으로 잘 알려진 드래곤플라이 개발 자회사 AP스튜디오. 40여명의 개발자가 한여름 더위에 못지않은 열기를 쏟아내며 게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 직원들의 평균 연령이 30세가 채 안 될 정도로 젊음의 활기가 넘친다. 패기와 도전 정신으로 3D 게임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개척자로 나섰다.

현재 개발 완료 단계인 `볼츠앤블립 온라인`이 첫 작품이다. 볼츠앤블립 온라인은 3D TV용 애니메이션 `볼츠앤블립`을 원작으로 한 3D 액션 횡 스크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그동안 선보였던 3D 게임은 대부분 2D로 제작된 것을 3D로 전환해 서비스했던 것들이다. 이와 비교해 볼츠앤블립 온라인은 게임 기획단계에서부터 3D에 적합한 설계를 적용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안명달 AP스튜디오 기술이사는 “처음부터 3D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고려하고 설계한 첫 번째 온라인게임”이라며 “배경 화면과 캐릭터를 3D로 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격 효과 등 게임을 하는 과정에서도 완벽한 3D 효과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3D 그래픽이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3D를 통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게임 내 배경의 효과적인 배치에 신경을 썼다.

특히 3D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3D 콘텐츠의 부작용인 어지러움, 눈의 피로, 두통 등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먼저 횡스크롤 방식의 플레이를 통해 게임을 고정된 시점으로 즐기도록 했다. 또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3D 이펙트(효과)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조정했다.

이런 면밀한 노력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했다고 자부한다. 안 이사는 “일반 3D 기기에 권장 사용시간이 통상 30분 정도로 설정돼 있는데 볼츠앤블립의 경우 두 시간 이상 플레이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개발기간은 1년 6개월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임 개발에 최소 2년 6개월 정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눈에 띄게 빠른 속도다. 무엇보다 `환상적인` 팀워크가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다는 설명이다. 또 3D 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자체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남다른 개발 기술을 확보한 것도 품질을 높이면서도 개발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배경이 됐다. 광주광역시 2009 CGI 활용 프로젝트 제작 사업으로 선정된 볼츠앤블립은 이르면 이달 말 비공개테스트(CBT)가 진행될 예정이다.

게임이 3D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제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소비자 가전쇼(CES)에서 사진, 비디오, 게임 등에 최적화된 3D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지포스 기반 3D 비전을 발표했다. 3D 비전 키트는 액티브 셔터 안경과 IR 이미터로 구성된다. 볼츠앤블립 경우도 지포스 기반 3D 비전 키트에 최적화됐다. 이후에는 다른 플랫폼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박인찬 AP스튜디오 사장은 “유저들에게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3D 영역에 도전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MMORPG가 단순히 캐릭터 키우기에 머물렀다면 볼츠앤블립은 다양한 재미를 주면서 MMORPG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남들보다 먼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만큼 3D 게임업계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업계가 다양한 3D 게임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재정적 뒷받침이 절실한 상황이라는 시각이다. 또 정부 기관에 현장감을 갖춘 3D 게임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움에서다.

박 사장은 “3D 펀드 투자가 애니메이션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게임쪽 비중을 늘려서 아직 전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인 3D 게임 시장에서 기선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스>3D 게임, 어떤 것들이 있나

국내외 게임 업계가 일제히 3D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감나고 세련된 게임을 원하는 유저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3D 게임 서비스가 필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네오위즈게임즈가 전 세계 온라인 1인칭슈팅(FPS) 게임 최초로 3D 버전을 내놓으면서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3월 네오위즈게임즈는 게임포털 피망에서 서비스하고 레드덕이 개발한 밀리터리 FPS 게임 `아바`를 3D 최적화 버전으로 내놨다.

아바의 3D 최적화 버전은 엔비디아 3D 비전 사용자가 게임 내 환경을 설정해 즐길 수 있다. 현재 엔비디아 3D 비전 기술은 고성능 무선 안경, IR 이미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등 온라인 게임부터 `바이오하자드5` `배트맨:아캄 어사일럼` 등 400개 이상의 PC게임까지 3D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엔비디아 비전 없이 3D 입체영상을 즐길 수 있는 게임도 개발되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 E3 2010에서는 유명 콘솔 게임 기업들이 잇달아 3D 입체영상 기술을 발표했다.

소니는 PS3의 신작 대부분에서 3D 입체영상을 지원한다고 발표했고 E3 현장에서도 일부 타이틀을 3D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자리에서 `모터 스톰:아포칼립스` `와이프 아웃` `MLB` `그란투리스모5` 등의 게임을 3D로 선보였다.

닌텐도는 세계 최초로 전용안경을 쓰지 않고 맨눈으로 즐길 수 있는 3D 게임기 닌텐도3DS를 선보이며 게이머들을 열광시켰다. 닌텐도는 코나미, 캡콤, EA 등의 유명 개발사의 `메탈 기어 솔리드` `바이오 하자드` 등 인기 게임 타이틀을 내놓을 예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닌텐도 3DS로는 3D 영상을 제작할 수도 있다. 게임기 외부에 카메라를 탑재해 3D 촬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동작인식과 위치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모션 센서와 자이로 센서도 닌텐도 3DS의 강점이다. 단순히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기기 자체를 움직이면서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닌텐도 3DS는 내년 3월 출시될 예정이다.



특별취재팀=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황지혜 기자, 문보경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