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중소기업이 15인치가 넘는 대면적 디스플레이 전체의 터치스크린을 구동칩 단 한 개로 구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불과 6개월 전 정전 용량식 터치센서 구동칩 한 개로 움직일 수 있는 터치스크린 면적은 저항 문제 때문에 5인치가 최대라는 게 정설이었다. 지금 출시되는 태블릿PC도 2~4개의 터치 구동칩을 사용했다.
이 제품을 개발한 곳은 반도체 설계(팹리스)업체 코아리버. 총 96개 채널의 터치센서를 하나의 칩으로 구동할 수 있어서 들고 다닐 수 있을 크기의 기기라면 어디든 적용 할 수 있다. 정전용량 방식 터치스크린을 구현하려면 투명전극(ITO)필름이 LCD 패널 위에 붙는데, ITO 필름 자체에 저항이 존재하기 때문에 크기가 커질수록 저항 값이 커진다. 일정한 값의 `한계저항`을 넘어가면 정전용량을 측정하기 쉽지 않다. 코아리버는 한계저항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했다.
이 회사가 올해 내놓은 제품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발광다이오드(LED) 백라이트유닛(BLU)과 터치센서를 한꺼번에 구동할 수 있는 통합칩을 출시했다. 6월에는 범용 수신 과금(CAM)카드까지 지원하는 셋톱박스용 영상 디코더칩을 내놨다. 하반기에도 주파수 자동 조절을 통해 수신 감도를 대폭 높인 리니어진동모터 구동칩을 내놓을 예정이다. 또 다른 신제품이 그 뒤에도 연이어 세상에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코아리버가 이처럼 길게는 3개월, 짧게는 1개월만에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배종홍 코아리버 사장(44)은 부단하게 쉬운(?) 방법을 찾는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코아리버 연구소에서 만난 배종홍 사장은 연구원이 보고 있는 화면을 가리켰다. 화면은 좌우로 나뉘어 있고 왼쪽 창에는 알파벳과 숫자가 섞인 화면이 계속 이어진다. 오른쪽 화면은 여러가지 색깔로 구분돼 있다. 배 사장은 “이게 제가 개발한 `몽키 베이스드 디자인시스템` 프로그램”이라며 “원숭이도 쓸 수 있을 만큼 사용하기 편한 프로그램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반도체를 프로그래밍 언어로 설계한 후에 오류 검증을 거치는데, 이 프로그램은 오류가 난 곳에서 바로 진행을 멈추기 때문에 설계자가 오류가 난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전체 설계에서 오류가 난 지점은 오른쪽 화면에 따로 표시가 된다. 배 사장은 보다 쉽게 설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직접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 시켰다고 설명했다.
고사양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만들던 노하우도 제품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 한 요인이다. 배 사장은 “우리 설계자들은 과거에 32비트, 64비트짜리 MCU를 만들었다”면서 “상위 제품을 만들어봤기 때문에 8비트 기반 제품을 만드는 건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한 여러가지 제품들은 모두 8비트 기반 MCU를 중심으로 회로 설계를 각 요구 사항에 맞게 바꾼 것이다. 이 덕분에 MCU 업체로 시작한 코아리버는 불과 3년만에 터치센서 구동칩 전문업체로 이름을 알리게 됐고, 올해 상반기 매출액만 약 80억원을 올렸다. 이 추세라면 국내 팹리스 10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날도 머지않았다.
코아리버의 경영 목표는 `2022`다. 2020년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필요 없는 부분 2%는 덜어내고 경쟁사와 다른 2%의 차별화를 모색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인 경영 철학은 `4S`로 명명했다. 즐겁게(Smile), 선택과 집중(Select&focus)을 통해 시너지(Synergy)를 신속하게(Speed) 일으킨다는 의미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