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손자 이재찬씨 아파트서 투신자살

18일 오전 7시20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D아파트 1층 현관 앞에서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손자인 이재찬(46)씨가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이씨는 고 이 회장의 차남인 고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의 아들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조카다. 삼성가에서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던 이창희 전 회장은 1991년 작고했다.

경비원 신모(61)씨는 경찰에서 "현관 앞 주차장 주변에서 `퍽` 하는 소리가 들려 그쪽으로 가보니 흰색 면티를 입은 남자가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비원 등의 진술로 미뤄 이씨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씨의 시신은 순천향병원 영안실에 안치됐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계단식으로 된 아파트인데 거기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검시 결과 이씨는 두부와 상반신 등의 과도한 손상으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전 이씨는 이 아파트 5층에 있는 자기 집에 혼자 머물고 있었으며 최근 5년 간 가족과 떨어져 이곳에서 월세로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씨가 유서를 남겼는지, 왜 투신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새한미디어 회사의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됐다. 현재 직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동거 가족은 확인이 안됐다. 유서는 아직 발견 안됐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이씨가 삼성가(家) 가족인 줄은 몰랐고 이웃과 접촉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씨 집 복도 맞은편에 사는 한 주민은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 지는 몰랐다. 이번 사고 소식을 접하고 나서 알았다. 집에는 거의 안 들어오는 것 같았다. 누군가 가끔 와 벨을 눌러도 응답하는 걸 못봤다. 마주칠 일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딸 선희씨와 결혼했으며, 경복고와 미국 디트로이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새한미디어 사장 자리에 올랐으나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에는 옛 새한그룹이나 삼성가와는 특별한 교류가 없이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새한그룹은 학생복과 비디오.오디오테이프, 스펀덱스(섬유소재) 등의 사업을 벌였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에 따른 경영난으로 외환위기 이후 매각과 청산 등의 절차를 거쳐 해체됐다.

새한그룹의 주력계열사이던 새한미디어는 2000년 5월 이후 워크아웃이 진행중이며 ㈜새한(옛 제일합섬)도 지난 2008년 웅진그룹에 매각되면서 웅진케미칼로 사명이 변경됐다.

한편, 삼성그룹은 이씨의 자살에 대해 "언론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이미 새한그룹이나 새한미디어와는 지분관계가 청산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우리가 뭐라고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관계가 없지만 조카이니 만큼 이건희 회장에게는 당연히 보고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정확한 사망 원인 등은 추후 밝혀지겠지만 아무쪼록 사건이 원만히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