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끝난 미국 PGA 챔피언십 대회는 위스콘신주에 위치한 휘슬링 스트레이츠 골프코스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우승자보다는 10여년 전에 플레이를 하면서 98 스트로크를 친 이 코스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골탕을 먹는지 보는 게 주 관심사였다.
이 코스는 생존해 있는 골프코스 설계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인 피트 다이(Pete Dye)가 설계했다. 언제나 세계 20대 코스에 뽑히는 곳이다. 피트 다이의 코스는 `죽음의 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말 어렵다. 그가 설계한 코스의 특징은 벙커가 손가락 모양으로 만들어진 핑거 벙커, 언제나 17번 홀은 연못으로 둘러싸인 아일랜드 그린이거나 아니면 6m 깊이의 벙커가 도사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파3 홀로 되어있다.
이전 열일곱 홀이 마지막 18번 홀을 위한 연습이라도 되는 것처럼 왼쪽으로 연못을 끼고 돌아가는 무지막지하게 긴 파 4 홀. 그리고 휘슬링 스트레이츠처럼 500야드에 가까운 긴 거리이면서 그린 앞에 100야드가 해저드로 조성됐다.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는 선수들조차 보기를 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홀이다. 이런 코스 세팅 때문에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은 피트 다이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가 골퍼를 괴롭히는 것이 취미인 새디스트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는 피트 다이가 설계한 코스는 아직 없다. 다만 그의 아들인 페리 다이가 설계한 코스가 우정힐스를 비롯해서 몇 개 있을 뿐이다. 페리 다이도 아버지를 닮아서 그렇겠지만 핑거 벙커, 17번 아일랜드 그린, 무지막지한 18번 홀 등 피트 다이의 설계 사상을 이어받아서 무척 어렵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피트 다이 디자인 골프 코스가 인기가 없는 편이다.
대신에 아기자기한 재미를 추구하는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코스는 매우 인기가 있다. 안양 베네스트의 리노베이션도 트렌트 존스 주니어가 했고, 원주 오크밸리 골프코스, 용평 올드코스도 그가 설계했다. 국내 에서 인기 있는 설계자가 또 한 사람 있는데 그가 바로 잭 니클러스다.
골프 코스에서 좋은 스코어를 내는 것도 중요한 일이겠지만 골프 코스 설계자의 의도를 생각하면서 플레이를 하면 더 재미있고 더 좋은 스코어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