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시장 침체…끝이 안보인다

펀드 대량 환매가 최근 들어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일부에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되면서 펀드 시장의 침체기가 앞으로 3년가량 더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19일 증권업계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007년 5월 말부터 2008년 8월까지 주식형 펀드로 들어온 자금 규모는 35조원에 달한다.

1,800선 미만에서 15조원, 1,800선 이상에서 2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됐다. 수익률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지수만을 놓고 따졌을 때 여전히 20조원 이상이 환매 대기 자금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뜻 생각해보면 적립식 펀드는 지속적인 자금 유입에 따라 상당 부분은 손실이 아닌 수익을 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전체 적립식 펀드의 90% 정도가 자유 적립식 펀드라는 점이다.

정액 적립식 형태로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했다면 투자시점에 상관없이 현재 약 20%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을 테지만, 정액 적립식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다.

실제로 자유 적립식 펀드는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던 2007년 5월부터 2008년 5월까지 13개월간 20조원 이상 판매됐지만, 이후 지난해 3월까지 10개월간은 6조6천억원 밖에 판매되지 못했다. 투자자들이 가파른 하락에 속만 태우고 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그나마 저점 부근에서 1조8천억원이 추가 판매됐으나 신규계좌의 급증으로 볼 때 신규로 가입된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

신한금융투자 이재범 연구원은 "대부분 투자자가 거치식과 속성이 거의 유사한 자유 적립식 형태로 투자한 상황에서는 2~3년간의 고생 끝에 원금 회복이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자금 회수 이후 일정 기간 재진입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지나친 급성장이 몰고 온 후유증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중국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로 인해 투자자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2005년 말 1조2천억원에 불과하던 설정잔액은 2008년 6월 말 61조원에 달하게 됐다.

이들 해외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은 현재 평균 20% 이상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재유입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요인들 탓에 증시가 전고점을 돌파하며 추가적인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기 전까지는 상당기간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가팔라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현재의 펀드시장 침체가 앞으로 3년가량 더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 이 연구원은 "과거 3번의 사례를 보면 펀드의 재성장까지 평균 4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됐다"며 "현재 17개월간의 펀드 규모 축소가 진행됐고 향후 31개월 정도의 침체기가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간접투자 형태로 펀드 이외에도 여러 경로를 통한 주식투자는 더 확대될 것"이라며 "랩어카운트, 복합적 파생상품, 장기성 투자 상품 등으로 자금유입은 지속되면서 증시의 기반을 견고하게 해 줄 것"으로 예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