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지금이야 다들 학술논문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회정보화가 필수라고 생각하지만, 10여 년 전만해도 정보화 인식이 매우 낮았거든요.”
지난 1996년부터 학회정보화사업을 주도해온 류범종 KISTI 지식기반실장은 담당 연구원들과 함께 편집위원회나 학술대회가 열리는 곳마다 전국을 찾아다니며 학회정보화의 중요성을 피력해야 했다고 사업초기를 회상했다.
류 실장은 “KISTI가 과학기술 정보만 잘 제공해주면 되지 굳이 학술논문관리자동화시스템(KISTI-ACOMS)까지 개발해서 학회를 정보화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회정보화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일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던 논문투고, 평가, 회원관리가 웹상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는 것을 본 학회들이 너도나도 서비스 신청을 해 와서, 순식간에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까지 신청 학회가 늘어난 것이다.
2004년 참여 학회 숫자가 300개를 넘으면서 류 실장은 `새로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DB로 구축해야할 논문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예산은 한정적이어서 감당하기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학회 숫자가 300개를 넘었을 때 연구원은 고작 4명이었습니다. 이들이 모든 학회를 관리하면서 상담도 하고 현장방문까지 했습니다. 연구원들이 좌충우돌하며 뛰어다니는 것은 그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류 실장은 “연구자들이 학회정보를 웹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게 되면서 연구효율이 크게 높아졌고, 학회활동이 쉬워지자 학술논문 생산량도 대폭 늘었다”며 “특히 현장을 뛰며 귀동냥으로 들었던 아이디어를 가지고 KSCI와 KoreaScience 등 핵심 유통서비스들을 구축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담당 연구원 대부분이 최소 7년 이상 이 사업에만 몰입해왔습니다. 이들의 열정과 오랫동안 쌓아온 휴먼네트워크 그리고 신뢰가 삼위일체가 돼 오늘의 결과물이 나온 것으로 판단합니다.”
류 실장은 “학회정보화사업을 통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학술지 몇 종 정도는 보유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학회정보화를 통해 구축된 학술 DB를 모아 전 세계적인 유명 색인DB에 알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