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8월 초부터 말까지 내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생들과 함께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장애인과 노인 및 고아들을 대상으로 IT교육 봉사를 한다. 2000년부터 방학 때마다 옌볜 동포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봉사다. 이번 봉사기간 중에는 우연히 북한 장애인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북한 학자들을 만날 때마다 북한 장애인 소식을 물으면 한결같이 북한에는 장애인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 중국옌볜 장애인국제교류협회 회장으로부터 북한 장애인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북한에 장애자 단체인 조선장애자지원협회가 있다고 했다. 또 이 협회 전문에는 `장애자의 벗, 충복으로서, 나라의 장애자 보호정책의 조언자, 방조자로서 장애자들에 대한 사회적인식과 관심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며 그들의 요구를 잘 알고 그들의 권리와 리익을 옹호하기 위한 활동을 적극 벌여나간다`는 문구가 있다고 한다. 협회 임원은 20명의 전임과 4000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으며, 정부예산과 기부금, 국제기구 협조자금으로 재정을 충당하고 있고 회원은 약 20만여명이라고 한다.
이 협회는 북한 최초의 장애자보호법인 2003년 6월 18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채택돼 설립되었으며, 이 법률은 기본 · 회복치료 · 교육 · 문화생활 · 노동 · 보호사업에 대한 지도통제 등 총 6장, 54조로 구성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또 북한의 장애인지원협회 소식에 의하면 교육성 산하 컴퓨터강습 기관에서 2009년에만 2회에 걸쳐 특수교원부문 교사들에게 붉은별 운용체계(OS)에서 돌아가는 `우리` 오피스프로그램 워크숍을 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북한 당국을 잘 설득하면 우리가 북한 장애인들에게 IT교육을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에서 직접 IT교육 지원을 할 수 없다면, 중국동포 장애인으로 하여금 지원하는 방안도 있다. 중국 동포들은 북한 출입이 자유롭고 두만강 접경의 동포 교육기관에서 얼마든지 IT교육이 가능하다. 이들이 한국의 지원으로 북한 장애인들에게 IT교육을 실시한다면 국민 정서에도 맞고 중국 옌벤 동포와 북한 장애인을 동시에 도울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얼마 전 대통령은 통일기금을 조세 형태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언젠가는 꼭 만들어야 할 기금이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았나 하는 걱정이 든다. 천안함 사건이후 대북제재 차원에서 남북경제협력기금 중 북한 어린아이 식량지원 이외에는 모든 지원이 중단됐다. 그러나 민간단체는 굶주린 노약자 식량마저도 정부 실무부서에서 교류승인이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반인의 교류가 안 된다면 장애인 교류라도 승인해야한다.
UN의 장애인 권리 선언에도 장애인들은 필요한 모든 치료, 서비스, 교육, 훈련, 기술적 원조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되어 있다. 우리도 이제 북한 장애인 지원을 위한 협력에 나섰으면 한다. 북한 장애인 지원을 위해서는 먼저 북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앞으로 통일의 시대가 왔을 때 남북 간 차별 문제가 존재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모든 개혁 개방은 항상 밑에서부터 출발한다. 중국동포 장애인이 북한 장애인에게 IT교육을 시켜주면 북한 개방도 그만큼 빨라질 것이다.
최성 남서울대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