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김광호 회장 인터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이 미흡합니다. 기업 중심의 홍보성 기부가 아니라 개인의 자발적 기부 문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무형의 재산인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기부의 좋은 방법입니다.”

얼마 전 미국의 억만장자 40명이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선언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김광호 전자사랑모임 회장은 “전자사랑모임이 추구하는 사회 환원이 이들과 다른 점은 `돈`이 아니라 `축적된 지식`이라는 졈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전자산업 1세대로 삼성전자에 35년간 재직했다. “회사에서 퇴직해 1999년 2월 전자사랑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는 퇴직 임원을 관리하지 않아 명단조차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수원, 구미 등지에서 통신, 영업 등 6개 분과별로 발기인을 소집해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퇴직자 모임을 만들겠다고 하니 다들 적극 찬성이었습니다.”

창립총회는 4월 10일이었다. 100명이 넘는 퇴직 임원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당시에는 삼성전자 회사 차원에서 지원 없이 오피스텔을 사무실로 하고 집행부는 분과별 위원장이 맡았다. 전자사랑모임은 일반 퇴직자 모임과 달리 단순 친목 성격보다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했다.

“삼성전자에서 몇 십년간 일밖에 모르고 살던 사람이 모였습니다. 모두 국가, 사회, 회사 등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또 누렸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입니다. 가지고 있던 것을 돌려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임원들이 모여 정보 교환이나 조찬 모임을 가졌다. 그러다 매달 자비를 모아 좋은 일에 썼던 것이 전자사랑모임 봉사활동의 시초다.

“일회성 기부보다는 그간 쌓은 지식이나 경험을 후세에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진정한 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는 모임 20여명이 일산에 있는 학교에 가서 강사 교육을 받고 왔습니다. 학교에서 요청이 오면 바로 파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지난달 한 회원이 특강 형식으로 강의를 했는데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전자사랑모임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40주년, 전자사랑모임 창립 1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측에서 전자사랑을 회사 정식모임으로 이관한 것. 운영비나 직원 임금 등 경비는 회사에서 대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운영은 전자사랑모임에서 독자적으로 집행 중이다.

“퇴직자가 지금까지 1000여명 정도 됩니다. 그 중 삼성전자를 정말 사랑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 취지에 맞는 활동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450명이나 됩니다. 앞으로는 더 인원이 늘어날 전망입니다. 개인으로 할 수 있는 활동과 조직이 할 수 있는 활동은 차이가 있습니다. 전자사랑모임이라는 이름 아래로 모이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가슴이 벅차다. 그는 “단순한 이야기지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자사랑모임 회원들과 봉사하면서 갚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