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업체들 금리인하 `시늉만`

국내 캐피털사들이 잇달아 신용대출 최고금리를 내리고 있다. 이에 캐피털업계 최고금리는 30%대 후반에서 20%후반이나 30%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실제 금리인하 효과는 미미해 생색내기에 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캐피털사 줄줄이 최고금리 인하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의 고금리 발언 이후 지금까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내린 업체는 현대ㆍ롯데ㆍ씨티캐피탈 등 빅3 업체를 비롯해 하나ㆍ스탠다드차타드(SC)ㆍ아주캐피탈 등 모두 6곳이다. 신용대출을 취급하는 캐피털사 중 절반이 조금 넘는다.

하나캐피탈이 36.9%였던 신용대출 최고금리를 처음으로 29%로 낮춘 데 이어 현대, 롯데 등이 잇따라 최고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아주와 SC캐피탈도 18일 최고금리를 각각 5%포인트와 10%포인트 내렸다. IBK캐피탈 등 나머지 업체들도 조만간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인하 폭은 대체로 동일하다. 하나ㆍSC캐피탈을 제외한 나머지 캐피털사들은 최고금리를 5%포인트 인하했다. 하나캐피탈은 최저ㆍ최고금리를 모두 내려 평균 금리를 20%대로 끌어내린다는 방침이다.

◆ 서민 부담 덜어줄까

캐피털사들이 잇달아 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평균 30%가 넘는 캐피털 고금리 문제가 해소될지도 미지수다.

최고금리 인하 혜택을 받는 서민이 많지 않은 데다 기존 대출자들은 인하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점유율 70%를 웃도는 현대ㆍ롯데ㆍ씨티 등 빅3 업체 모두 최고금리만 인하했다. 하지만 캐피털사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때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고객은 많지 않다. 평균 금리를 내린 곳은 전체 캐피털사 중 하나캐피탈이 유일하다. 결국 캐피털사들의 최고금리 인하는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4조원 규모인 캐피털 신용대출금액 중 최고금리를 적용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9~10등급 고객에게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사실상 명목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나캐피탈은 평균 금리를 내리긴 했지만 1~3%의 취급수수료는 폐지하지 않았다. 따라서 회사 측 주장처럼 평균 금리가 20%대로 떨어질지는 의문이다.

기존 대출자는 금리 인하가 안 된다는 점은 금리인하 효과를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금융권에서는 캐피털사들이 금리 인하 후 대출심사를 강화해 대출 거절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실제 최고금리 적용 대상인 대출 신청자들은 대출을 거절당할 확률이 높다.

이에 따라 최고금리를 인하한 캐피털사들은 최고금리 적용 대상자에 대한 대출을 기피할 가능성이 크다. 최고금리 인하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캐피털업계도 할 말은 많다는 반응이다. 한 캐피털사 관계자는 "지금은 어떤 말을 해도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며 "사실 평균 금리를 대폭 인하하면 많은 캐피털사가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달금리와 대손위험률 등을 고려할 때 평균 금리까지 인하하면 회사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조달금리가 낮은 대형 캐피털사와 은행계 캐피털사를 제외하면 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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