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M은 더 늦기 전에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해라”
경제 및 IT 분야 전문 인터넷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http://www.businessinsider.com)가 `블랙베리` 스마트폰으로 유명한 캐나다의 RIM(Research In Motion)에 뼈아픈 충고를 했다. HP에 매각된 `팜`과 같은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독자적인 OS와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전략을 포기하고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하라는 것이다. 소위 `안드로이드 블랙베리폰`을 내놓지 않으면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이란 경고다.
그러면서 RIM이 의욕적으로 내놓은 `블랙베리 토치`와 `블랙베리6` OS도 결코 위기에 빠진 RIM을 구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독설을 뿜어냈다. 독자 OS 전략을 포기하지 않고 그대로 밀고 나갈 경우,고가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밀려 중저가 시장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
비즈니스인사이더는 RIM이 왜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해야하는 지에 관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했다. 한번 살펴보자.
△블랙베리폰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블랙베리 OS에 별로 관심이 없다.
△블랙베리의 대표적인 자산은 e메일 서비스(블랙베리폰과 블랙베리 백엔드 서버의 셋업),블랙베리 메신저, 블랙베리 브랜드인데 이제 이런 가치들은 안드로이드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더 이상 블랙베리 OS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RIM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은 애플의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비하면 `쓰레기`에 불과하다. 만일 안드로이드 블랙베리가 나온다면 급성장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앱 플랫폼에 편승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이상 독자적인 OS와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에 비용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RIM은 아직 이동통신사업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블랙베리가 나온다면 통신사업자들은 안드로이드폰을 내놓고 있는 모토로라,HTC,삼성전자 등 보다 RIM을 우선순위에 놓을 것이다.
△RIM이 안드로이드 캠프에 합류하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안드로이드 진영에 큰 추진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시장을 점점 뺏기고 있는 애플에는 분명 히 위협 요인이다. 개발자들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시 안드로이드를 가장 우선순위에 둘 것이며 아이폰은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RIM이 안드로이드 벤더가 된다면 2분기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점유율은 35%로 높아지고, 아이폰은 14%로 두 OS간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안드로이드 블랙베리폰이 나온다면 브랜드도 관심거리다. `블랙베리 드로이드`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RIM이 안드로이드 블랙베리에 승부를 걸어볼만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돌파해야할 장벽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e메일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블랙베리 백엔드 서버를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로 유연하게 이전해야한다. 여기에다 공급망(Supply chain)의 변화도 불가피하고,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음에도 새로운 제품 라인업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
블랙베리를 안드로이드 OS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하고 경쟁자들의 최신 테크놀로지를 따라잡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안드로이드 진영에 합류하면 독자 OS와 플랫폼을 가진 업체가 아니라 여러 안드로이드 사업자 중 하나가 된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다른 안드로이드 사업자와 하드웨어 및 디자인 경쟁을 펼쳐야 한다. 이같은 장벽에도 불구하고 RIM의 선택은 안드로이드 밖에 없다는 게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최종 결론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작년말에도 RIM에 작정한 듯 비판적인 글을 게재한 바 있다. 당시 기사의 제목도 자뭇 도발적이다. `RIM은 더 늦기 전에 매각해라`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매각해야하는 몇가지 근거를 댔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기업 시장에서 소비자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주요 고객인 블랙베리 신규 가입자의 80%가 이미 기업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다.
△RIM의 강점은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에 있다. RIM은 일반 소비자를 위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테크놀로지 및 디자인 리더가 아니다.
△RIM의 경쟁자가 급성장하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고, 안드로이드 업체들도 RIM처럼 통신사업자들과 좋은 관계를 가져가고 있다.
△이제는 기업 사용자들조차 아이폰을 사기 위해 블랙베리를 미련없이 버리고 있다.
△스마트폰은 제3의 개발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다. RIM은 플랫폼 비즈니스 측면에서 매우 취약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의 미묘한 입장 변화다. RIM의 블랙베리를 중시했던 버라이즌 와이리스는 최근 모토로라와 HTC 등의 안드로이드폰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버라이즌이 선택한 아이폰의 대항마는 `블랙베리 스톰2`가 아니라 `드로이드` 인 것이다.
RIM에 대한 이 같은 경고는 RIM의 최근 위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위기국면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제2의 팜이 될 수도 있다는 게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상황 인식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