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휴대폰 右마우스 `실버티즌` 200만 시대

김광호 씨(64ㆍ서울 은평구)는 최근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구입했다. 수년 전 은퇴했지만 사회생활을 유지하려면 스마트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역 내 한 단체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씨는 인터넷도 자유롭게 이용해 봉사단체 안에서도 얼리어답터로 불린다.

초고속인터넷 보급이 80%를 넘어서고 1인 2휴대폰 시대에 돌입하면서 정보화 사각지대로 인식되된 60세 이상 노인층에서도 정보통신기술(ICT) 이용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실버티즌(Silvertizen)`이 형성되고 있다.

22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내 1회 이상 인터넷을 사용한 60세 이상 인구(인터넷이용률)는 146만명(2009년 기준)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60세 이상 인구 중 2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에는 73만명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셈이다. 한 실버세대 전문매체(노년시대신문)가 실시한 `고령자 휴대폰 이용실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411명) 중 94.6%(389명)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버세대 IT 활용은 해마다 늘어 인터넷과 휴대폰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실버티즌`이 최소 200만명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스마트폰까지 활용하는 노인 인구는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실행이 쉽고 다양해지면서 일반 휴대폰보다 활용도가 오히려 높아질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실버티즌 200만 시대`에 충분한 대처를 못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60세 이상 휴대폰 사용자 대부분이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송수신 정도를 이용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것조차 쉽지 않고 카메라나 동영상 촬영 기능도 사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휴대폰으로 텔레뱅킹이나 정보검색을 이용하는 노인은 극히 적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인터넷진흥원 조사에서도 휴대폰으로 벨소리 다운로드, 상품 결제, 뉴스 정보 검색 등을 이용하는 노인은 1~4%에 불과했다.

정태명 성균관대 정보통신공학부 교수는 "미국에서는 지터버그 같은 특수폰이 나오고 일본도 노인이 이용하기 쉽게 최적화한 기능을 내장한 실버폰을 내놓고 있는데 한국은 숫자 자판을 확대한 휴대폰 정도에 그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IT를 활용하면 치매 예방과 외로움 해소 등 노인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사회적 차원에서 실버티즌을 육성하고 이들에게 맞는 IT기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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