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판 `황우석 사건`이 미 학계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 논문 조작 사건은 미국 최고의 대학으로 일컬어지는 하버드대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 석학으로 칭송받아온 저명한 교수에 의해 저질러졌기에 그 파문의 강도가 이전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하버드대 자연과학대 마이클 스미스 학장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마크 하우저 교수가 연구과정에서 데이터 수집 분석 보유와 연구 방법 및 결과와 관련해 8가지의 비행(misconduct)이 있어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교수들에게 공문을 통해 밝혔다.
스미스 학장은 또 "미국 매사추세츠 지방 연방검찰이 조사를 시작했고 하버드대는 이 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방검찰 수사는 하우저 교수가 연방 정부 기금을 활용했고, 기금을 배분한 정부기관에서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하우저 교수도 학교측 발표에 이어 즉각 "몇몇 중대한 실수(mistakes)가 있었던 것을 인정한다"며 "나의 학생들과 동료, 학교 측에 진정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하우저 교수는 동물과 인간의 인지와 도덕성에 대한 연구를 이끈 대표적인 학자다. 그의 과학적 연구 결과에 잘못이 있다면 그동안 그가 이뤄놓은 관련 학계의 연구 결과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한 구체적 잘못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하버드대는 교수위원회를 소집해 하우저 교수의 잘못을 검토하고 하버드대 규정에 따른 제재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제재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직, 추가 조사, 기금 사용 금지, 학생관리권 박탈 등이 예상된다고 스미스 학장은 밝혔다.
학교 측은 또 지난주 하우저 교수에게 잘못됐다고 지적된 3편의 논문을 수정하라고 요청했다.
이에 하우저 교수는 이 중 2편과 관련된 실험을 다시 했지만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공개했다. 나머지 1편의 논문에 대해서는 `수정`이 아니라 `추가`로 표시했다.
하우저 교수는 최근 전문 저널인 `인지`에 그의 논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 현재 1년 동안 휴가 중인 그는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을 인정하고 이런 사실이 논문 중 한 편을 취소한 데 이어 두 편을 수정하게끔 했다"며 "나머지 5건의 연구는 이미 논문을 제출하기 전과 출판되기 전에 수정했다"고 성명서를 통해 밝혔다.
그는 또 "과학계가 검찰 조사가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달라"며 "이 과정을 통해 나의 연구 방법과 연구실 내 관행이 많이 변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의 연구 잘못은 잘못된 데이터를 인용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했을 가능성까지 가능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특히 하우저 교수가 원숭이 행동을 비디오로 담을 때 조작했으며, 조교들과 학생들이 다른 관찰자가 비디오를 찍도록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욱이 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연구 데이터를 받아들이도록 강압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07년 그의 연구실 조교들은 이 연구결과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그의 연구 결과에 대해 의심이 든다고 대학 당국에 보고했다. 이런 보고가 촉발돼 결국 이번 검찰조사까지 불러온 것으로 보고 있다.
■ 마크 하우저 교수는 누구…하버드대 최고 인기 교수로 뽑혀
인지학의 대가인 마크 하우저 교수는 현재 하버드대 심리학, 진화생물학, 생물학적 인류학 등 학과 교수이자 교육대학원 교수이기도 하다. 인지진화연구소 소장도 맡고 있다.
진화생물학과 인지신경학 간 연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 게 그의 연구 업적 중 하나다. 그는 인지진화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연령대와 정신 능력이 다른 동물과 인간에 대한 연구에 집중했다. 유아인지발달, 진화론, 인지신경학, 신경생물학 등도 관심사였다. 최근엔 언어진화, 도덕적 판단 본능, 수리적 상상력의 발달과 진화, 음악능력 등에 대한 업적을 남겼다.
그의 최근 연구 프로젝트 중 하나는 도덕적 딜레마에 대해 인간이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하는가에 대한 연구다. 그는 연구 초기에 놈 촘스키 MIT대 교수(81)와도 공동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2000년에 `동물들은 실제 무엇을 생각하나`란 책을 쓴 데 이어 2006년엔 `도덕적 마음`이란 책을 써 유명해졌다. 학문적으로는 1997년 출간된 `의사소통의 진화`가 최대 역작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학술논문에 무려 1000회 이상 인용됐다.
하버드대 학생들이 선정한 가장 인기 있는 교수로 여러 번 뽑힐 정도로 인기 교수다. 대학에서도 그를 혁신적인 강의를 하는 교수로 여러 번 선정해 수상했다.
[매일경제 뉴욕=김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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