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이나 이러한 연구개발을 통한 창조,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것을 조금만 개선하는 일도 중요한 창조입니다.”
R&D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 어느 CEO나 생각하는 바지만 중소기업이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은 최근 한국능률협회가 연 조찬강연회에서 중소기업이 R&D와 창조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및 의약품 연구개발 전문 기업으로 총 직원 570여명 중 20%가 넘는 130여명이 연구원이다. 피부과학연구소 · 생명과학연구소 · 한방발효 연구소 3개의 연구소를 보유한 보기 드문 `R&D 중심형` 중소기업이다.
윤 회장에 따르면 한국콜마는 OEM이 아닌 `ODM`을 업계에 최초로 전파시킨 주인공이다. 또 대기업도 꺼리던 보건복지부의 품질관리시스템 GMP를 도입해 한국 화장품 업계 전체의 품질을 높이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윤 회장은 `BB`크림을 예로 들며 창조를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만든 BB크림이 일본 관광객이 막걸리보다 먼저 찾는 세계적 상품이 됐다. 하지만 결코 완전히 새로운 상품은 아니다. 출근하는 여성의 화장시간을 줄여주기 위한 혼합 화장품일 뿐이다”고 말하며 “대기업만, 머리 좋은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 머리가 뛰어나지 않은 사람도 가능한 게 창조”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창조가 가능한 건 아니다. 윤 회장이 창조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CEO의 역할은 `사람`을 챙기는 것이다. 그는 “사실 중소기업에 좋은 인재들 잘 안 오려고 한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꿔서 이른바 지방 2류 대학교를 나온 사람도 각자 고유의 능력이 있다고 봐라. 그 사람들에게서 장점을 찾아내는 것, 중소기업 경영자의 첫 번째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가 한국콜마를 1994년 코스닥, 2002년 코스피에 상장한 이유도 자금보다는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사람을 뽑고 장점을 찾아냈으면 그 다음은 그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다. 윤 회장은 “가장 중요한 건 월급이 아닌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고질적 문제인 인력유출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윤 회장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몇 년 하다 떠나는 연구원들도 자신의 성과 70%는 회사에 고스란히 남겨놓는다”며 “거기에 새로운 인력의 30%를 더하면 새로운 제품이 또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식을 바꾸라는 것이다.
또 사람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도 중요하다. 윤 회장은 한국콜마의 제도를 사례로 들었다. 한국콜마에선 통영 충무공 유적지 연수, CEO와 함께 100리 걷기, 삼강오륜 강의 등으로 인성을 키운다. 윤 회장은 “다른 건 아니고 인간이 먼저라는 걸 가르쳐주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윤 회장은 자신의 경영을 `유기농 경영`이라 이름붙였다. 원칙이나 기본에 충실하면서 환경에 맞게 개선 · 창조하고, 사람을 관리의 대상이라기보다 `사랑`의 대상으로 보며, 원칙은 지키되 변화의 끊을 놓치지 않고 인위적이 아닌 근본 자생력을 높이는 경영 철학이다. 그는 “나는 100년을 못 살지만 가치와 생각은 100년이 넘게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