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조력발전 속도전, 이대로는 안된다

[전문가 칼럼]조력발전 속도전, 이대로는 안된다

지금 서해안에서는 조력발전이 뜨거운 화두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대 조력발전소인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착공한 지 5년 6개월이 지나 완공 직전인데다, 충남 서산과 태안을 잇는 가로림 조력발전소가 지난 3월 지식경제부의 최종 허가 뒤 주민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으며, 인천 앞바다에서는 강화 조력발전소와 인천만 조력발전소를 건설할지를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조력발전이란 조석 간만의 차, 즉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를 이용해서 해수를 인공적으로 조성된 저수지에 출입시키면서 발전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서해안 중부와 경기만 일대는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여러 만이 발달해 있어 조력이 에너지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조력발전은 태양광이나 태양열 · 풍력 · 지열 등에 비해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발전사업자들에게 상당히 매력적이다.

현재 한국서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가로림만 조력발전은 520㎿, 중부발전이 추진하고 있는 강화 조력발전은 애초 840㎿였던 데서 최근 절반을 줄여 420㎿, 한국수력원자력이 추진하고 있는 인천만 조력발전은 1320㎿다. 현존하고 있는 조력발전 중 세계 최대 규모 조력발전소는 1967년 가동되기 시작한 프랑스 랑스 조력발전소로 240㎿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조력발전소들은 랑스 조력발전소보다 적게는 2배 이상, 많게는 5배 이상에 이른다.

이 정도의 조력발전은 해양 생태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걸까. 시화호 조력발전은 조력발전을 위해 진행된 사업이 아니라 이왕 자연을 파괴하고 들어선 시설을 그나마 잘 활용해보자는 취지니 다른 조력발전소와는 차원이 다르다. 만약 대규모 조력발전으로 해양 생태계에 변화가 야기된다면 해양에 생계를 기대고 있는 지역주민의 삶은 지탱될 수 없다. 게다가 해양 생태계 변화는 단지 해당 지역 어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토 일부의 문제로 국민 전체의 문제이자 미래 세대의 문제기도 하다. 랑스 조력발전소가 건설된 이후 40년이 지나도록 세계 어디에서도 대규모 조력발전소는 건설되지 않고 있다. 왜일까. 기술이 없어서? 적합한 지역이 없어서? 아니다. 해양 생태계에 가해지는 심각한 손상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규모 조력발전의 배후에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 중인 발전차액지원제도를 2011년까지만 유지하고 2012년부터는 RPS로 전환하기로 했다. 현재 추진 중인 3개의 조력발전소 모두 대규모 발전사업자들이 추진하고 있는데 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달성해야 할 재생가능에너지 할당 목표를 조력발전을 통해 한꺼번에 대규모로 얻는 것이 손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 움직임은 물량 중심적 RPS의 문제점과 함께 사회적 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미흡한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의 문제점 또한 분명하게 드러낸다. 대도시나 산업단지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기 위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해당 지역 어민들의 삶을 짓밟는 건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전에는 경제성이 없다고 평가됐던 가로림만 조력발전이 갑자기 경제성 있는 사업이 될 수 있는 건 무슨 이유일까. 신재생에너지가 항상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다. 설비의 규모와 입지가 신중하게 고려될 때만 환경친화성이 구현될 수 있다. 강화 조력발전은 환경단체와 강화군 · 인천시 ·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설치한다고 한다. 검증위 구성부터 편향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속도전의 유혹을 뿌리치고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해서 사업 미시행 대안도 포함해 차분하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대규모 조력발전소 건설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진지하게 성찰할 것을 요구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codem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