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울로보틱스에서 판매할 청소로봇은 자동차 산업에 버금가게 성장할 첨단 산업분야로서 차세대 유망 성장 업종입니다.”
지난 2003년 12월 20일 한울로보틱스가 홈페이지에 올린 직원 모집 공고의 한 토막이다. 지금은 비록 작은 회사지만 앞으로는 한국을 이끌어가는 성장동력이 되겠다는 결의가 느껴진다. 그때부터 6년이 되어가는 지금 한울로보틱스는 어느새 그 꿈에 바싹 다가서 있다.
프리보드 등록기업 한울로보틱스(대표 김병수)는 지난 3월 독일 한스 롬사우어와 청소로봇 `오토로`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최소 5000대 이상을 판매해 20억원 가까이 벌어들일 수 있는 계약이었다. 제품을 출시한 지 8개월 여만에 이뤄진 계약이라 기쁨이 컸다. 더욱이 로봇기술 선진국으로부터 기술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한 달 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사우디 국립연구기관인 KACST에 250만달러에 이르는 로봇기술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보안 · 소방로봇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향후 중동시장에서 로봇을 생산하기 위한 합작회사 설립 등에도 협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국내에서 로봇기술을 수출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한울로보틱스가 로봇 수출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만화나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 로봇을 하나의 당당한 산업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한울로보틱스는 1998년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연구원 창업으로 시작된 국내 최초 지능형 서비스 로봇 전문기업이다. 연구소에서 10여년간 이동로봇을 개발하던 석 · 박사급 인력들이 자본금 7000만원을 들고 `로봇과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한데 뭉쳤다.
연구소 출신답게 기술력으로 승부했다. 회사 설립과 함께 부설 `지능로봇연구소`부터 만들었다. 그 결과 10년이 흐른 지금 국내 29건, 해외 2건 등 무려 31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됐고, 첨단로봇 제품도 20개나 개발해 그 가운데 4개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간 정부 과제로 추진한 것만 30여 건이나 된다. 금액으로는 70억원 규모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6년에는 이노비즈 업체에 선정된 데 이어 2008년에는 제3회 대한민국 로봇대상에서 기업기술평가 부문 장관상을 받았다. 지난해 SK텔레콤과 인천 T-City 로봇 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한울로보틱스는 이어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달 탐사로봇 지상시험 모델을 개발하기로 하는 등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기업 및 정부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한울로보틱스가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는 200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방부에 탱크로봇을 납품하면서부터다. 탱크로봇은 위험한 군사 작전 지역에 사람을 대신해 투입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가로, 세로 각각 4.2m, 1.7m 크기에 15㎏ 정도의 무게를 가진 이 탱크로봇은 폭발물 제거에서부터 화학무기 탐지, 수색, 정찰, 매복 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어 2002년 화생방 사령부에 실전 배치됐으며, 한일 월드컵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대통령 이 · 취임식 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이 로봇은 화재 진압과 극한 작업에까지 그 활용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보다 먼저 상용화된 연구개발용 로봇은 초기에 연구소와 학교 등에서 주로 사용했으며 현재는 로봇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로봇 교육용 장비로 활용되고 있다.
한울로보틱스는 청소로봇과 도우미로봇 등을 이용해 로봇 대중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2003년 100% 순수 국산기술로 탄생시킨 청소로봇 `오토로`는 이번 독일 수출에서 보듯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일반 진공청소기보다 흡입력이 1.5배나 뛰어나고 360도 회전 흡입구를 통해 실내 구석구석 청소가 가능하다. 특히 2개의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 스스로 집안 내부의 지도를 작성하며 지도에 따라 빠짐없이 청소 작업을 수행한다. 청소할 때마다 지도를 생성하기 때문에 가구 위치가 바뀌어도 이를 감지하고 지도를 수정한다. 자기 위치를 인식해 배터리가 떨어지면 스스로 충전기로 이동하는 `똑똑함`을 자랑하기도 한다.
행사 도우미로봇 `티로`는 행사 진행과 전시장 안내 등을 통해 최고의 홍보 효과를 제공한다. 2007년 초등학생을 위한 학습교사도우미로 처음 개발된 티로는 사람과 비슷한 친숙한 디자인과 첨단 기능을 통해 결혼식, 전시회, 각종 기념식 등 행사에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지난 2007년 행복도시 기공식 오찬장에서 대통령 접견 역할을 하기도 한 티로는 지금도 분당서울대병원 · 시즐러(패밀리 레스토랑) · 전자부품연구원 등에서 안내와 홍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8년 본사를 대전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옮긴 한울로보틱스는 영업본부를 개편하는 등 마케팅 조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기술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로봇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김병수 사장은 “사람과 로봇이 함께 사는 세상은 곧 도래할 것”이라며 “다가올 로봇 시대에 훌륭한 이정표를 남기기 위해 모든 직원이 로봇 연구개발에 끊임없이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