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공주 다음엔 `지주사 6왕자` 뜨나?

최근 지주사 주식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시장 관심이 지주사에 쏠리고 있다. 지주사 주가 급등의 배후에 자문사들이 있다는 설(說)도 나돌고 있다. 그동안 자문사들은 이른바 `7공주`라 불리는 IT 종목 위주로 투자했으나 이제는 지주사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주사가 높은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 이후부터다. 7월 초 기준으로 23일 현재까지 CJ는 45.6%, LG가 36.6%, 두산이 14% 오르는 등 과거 저평가 국면에서 크게 벗어나는 모양새다.

이렇게 지주사 주가는 뜨는 반면 `자문사 7공주` 종목은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7공주 종목의 올해 들어 최고점 대비 23일 현 주가를 보면 하이닉스반도체가 26.4% 빠진 것을 비롯해 삼성전기(-23.1%) 기아차(-9.9%) 삼성SDI(-3.4%) LG화학(-1.5%) 등이 하락했다. 반면 삼성테크윈과 제일모직은 아직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이런 지주사에 대한 선호는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형태에서도 드러난다. 이달 들어 기관에서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LG로 기관이 292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그룹 지주사로 구분되는 삼성물산과 새로운 변신을 추구하는 LS도 각각 6위, 9위에 올랐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지주사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르지 않아 상승 여력이 있다"며 "지주회사 주식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주사는 오너들이 주식을 많이 갖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관리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특히 CJ, LS 등 주가 모멘텀이 있는 종목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른바 `자문사 7공주`는 지나치게 많이 올라 관망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주사 가운데 지난 7월 들어 6개 종목의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CJ는 자회사 CJ엔터테인먼트와 CJ미디어가 올 2분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100% 자회사인 CJ글로벌홀딩스를 제일제당에 916억원에 매각하는 등 그룹 전체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주가는 자회사 주가가 먼저 움직인 후 상승하는 후행적인 성격이 있다"면서 "코스피가 횡보하는 상황에서는 지주사 주가가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설명했다.

자회사의 실적뿐 아니라 지주사 자체 사업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두산의 경우 모트롤BG(비즈니스그룹)가 두산에 포함돼 있는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그리고 향후 밥캣 등에 납품할 계획이 있어 주목된다. 송인찬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주사는 브랜드를 비롯한 무형의 자산을 계열사에 제공할 뿐 아니라 두산모트롤BG와 같이 핵심 부품을 제공할 수도 있다"면서 "계열사에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점도 평가받을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송 애널리스트는 "최근 지주사로 기관을 비롯해 자문사의 매수가 몰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기관이 딱히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지주사가 오랫동안 저평가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LS도 기대되는 지주사 종목 중 하나다. 7월 초 대비 29.5%나 이미 올랐다. 자회사로 LS전선 LS산전 LS니꼬동제련 등을 두고 있으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수록 단기적으로 실적 모멘텀과 장기적 성장성이 부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LG의 경우 비상장 자회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룹 내 구매대행을 맡고 있는 서브원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실트론의 턴어라운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LG는 지난 7월 이후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순자산가치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다.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면 주가에 긍정적"이라며 LG를 지주회사 중 최선호 종목으로 꼽았다.

[매일경제 박기효 기자 /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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