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논문심사로 조작·표절 가리자

논문을 소수의 교수에게 검증 또는 심사를 받는 과정(peer reviewㆍ동료 검증)이 무너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논문을 몇몇 교수집단에 검증받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 다수의 관심 있는 전문가 집단에 검증받는 시대가 왔다고 24일 보도했다. NYT는 이처럼 인터넷을 통한 검증 방법을 두고 공개 검증(open review)이라고 이름 붙였다.

일부 사회학자는 논문에 대한 공개 검증 모델이 광범위하게 채택될 경우 논문 심사, 교수 임용, 종신고용 심사 등 권한을 통해 수백 년 동안 유지해 오던 학자집단의 권력 세습이 해체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6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학술지 `계간 셰익스피어(Shakespeare Quarterly)`는 올해 가을호부터 인터넷을 통한 논문 검증을 통해 게재할 논문을 선택한다. 온라인으로 에세이나 논문을 올리면 전 세계 수백 명 전문가 그룹이 `미디어 코먼스(MediaCommons)`라는 인문학자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토론을 벌이게 된다. 실제로 최근 한 논문에 대해 전문가 41명이 참여해 무려 350개의 코멘트를 단 사례도 있다. 리뷰 이후 다시 작성된 에세이는 이 학술지 편집자들에 의해 또 한 번 리뷰를 거치게 되고 이를 학술지에 실을지를 최종 결정한다. 최초로 온라인을 통한 학술 논문 검증을 시도한 이 잡지는 9월 17일 발간을 앞두고 있다.

댄 코언 조지메이슨대 역사학 학장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변화는 상상할 수 없었다"며 "일부 학자는 이 같은 변화가 강해진다면 결국 학자 집단이라는 존재가 없어지거나 미약해지는 것은 아닌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개 검증 방법을 통해 교수까지 임용된 사례도 등장했다. 퍼모나대 미디어학과 교수인 캐서린 피츠패트릭 씨는 자신의 책 `계획된 소진(Planned Obsolescence)`의 일부를 미디어코먼스 사이트에 올린 다음 사이트에 등장한 다양한 토론을 뉴욕대학교(NYU) 출판부를 통해 다시 출판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올해 정식 교수로 임명됐다.

미셸 라몽 하버드대 사회학 교수는 "지식이란 이제까지 민주적이지 못했다"며 "하지만 젊은 교수들 사이에서 인터넷 발달은 온라인상 토론을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지식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검증은 소수 검증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편집을 교묘하게 한다거나 표절 의혹 시비 등도 이따금 벌어진다. 논문을 심사하는 사람이 보통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심사가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시비가 불거지기도 한다.

반면 공개 검증 모델이 도입된 이후 논문이 채택될 확률은 그만큼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단점이다. 완벽에 완벽을 다해야만 온라인 검증을 통과할 수 있고, 이후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개검증 모델을 통한 지식 창조 과정은 일반적으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위키피디아는 참여자들이 지식을 정리하고 네티즌을 통한 비판과 토론 및 검증을 거쳐 백과사전을 만든다.

[매일경제 신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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