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차 브랜드에서 럭셔리카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현대자동차의 마지막 도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는 10월 말 최고급 세단 에쿠스를 미국에 진출시킨다는 목표를 밝힌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은 최근 에쿠스 세부 사양을 공개했다.
국내에서는 3.8, 4.6, 5.0ℓ급 엔진 세 종류로 출시되고 있는 에쿠스는 미국에는 일단 4.6ℓ급 한 가지만 출시된다. 옵션에 따라 `시그니처` 모델과 `얼티미트` 모델 두 가지가 판매될 예정이며 내년에는 5.0ℓ 상위 모델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울산 5공장에서 생산 중인 에쿠스는 10월 선적을 시작해 올해 1000여 대, 내년에는 3000~4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관건은 역시 가격. HMA는 아직 공식 판매 가격을 발표하지 않은 채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지난 4월 뉴욕 모터쇼에서 에쿠스를 처음 공개할 때 HMA 측은 가격대가 5만~6만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알렸다.
최근에는 기본형인 `시그니처` 모델은 5만달러 후반, `얼티미트` 모델은 6만달러 초반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6만달러는 미국시장에서 럭셔리 모델이냐 아니냐를 가르는 기준선 구실을 한다. 도요타자동차 럭셔리 브랜드인 렉서스 플래그십인 LS460 기본 가격이 6만5380달러에 책정돼 있는 등 대부분 럭셔리 브랜드가 최고급 모델 가격을 6만달러 이상으로 설정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도 에쿠스의 미국 진출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대차가 2008년 제네시스라는 고급 모델을 성공리에 론칭했지만 가격대가 3만3000~3만8000달러에 불과한 준럭셔리급이었기 때문에 에쿠스가 손쉽게 입성할 것이라고 점치는 것은 섣부르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미국은 독일 최대 브랜드인 폭스바겐에조차 실패를 안겼을 만큼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 폭스바겐은 자사 플래그십 모델인 페이톤을 출시했다가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고 2006년 철수한 경험이 있다.
현대차는 렉서스를 선택한 소비자들이라면 에쿠스에도 열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슷한 성능에 단지 `배지 값`으로 수만 달러 이상을 더 주는 과시형 소비자가 아닌 실속형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존 크라프칙 HMA 법인장은 "프리미엄 럭셔리 세단은 성능과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서비스도 중요하다"면서 특유의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 돌파를 예고했다.
구매 의향이 있는 고객이 요청하면 집이든 사무실이든 시승차를 대령하는 발레(Valet) 서비스, 두꺼운 사용자 매뉴얼 대신 아이패드에 전자책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는 `에쿠스 멀티미디어 태블릿` 등은 이미 화제다.
현대차는 북미지역 기자단을 남양연구소에 초청해 렉서스 LS460, BMW 7시리즈와 비교 시승식을 했다. 가격 대비 성능이 이들 모델에 크게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히 LS460보다는 휠베이스가 75㎜ 길어 실내공간이 더 안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쿠스를 시승해 본 미국 전문가들은 첨단 편의사양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과연 미국 소비자들이 `6만달러짜리 현대차`를 수용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전문 웹사이트 `에드먼즈닷컴`은 에쿠스에 대해 "안락한 실내, 다양한 편의장치가 매력적이긴 하지만 여전히 스타일이 심심하고 토크가 낮다"며 "`6만달러짜리 현대차를 왜 사야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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