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이제는 정보전쟁

취업 전선을 뚫기 위한 대학생들의 노력이 `정보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평균 학점 4점대, 토익 만점, 어학연수 경력까지 이른바 `만점 스펙`을 쌓은 학생이 많아져 이젠 스펙 쌓기보다 취업 정보를 누가 빨리 얻느냐가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취업정보를 빨리 얻기 위해 타 대학 취업정보센터 아이디를 쭉 꿰고 있는 `아이디 수집족`까지 등장했다. 취업정보가 잘 정리된 대학 게시판에 올라오는 취업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인기 게시판을 운영하는 학교 학생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인기 1순위다. 주변에 가까운 친구에게 부탁해 계정을 입수하고 가까운 친구들끼리 공유한다. 인기 높은 대학의 취업게시판은 구직자들이 빼놓지 않고 모니터링하는 필수코스다.

◆ 정보 얻으려 가족 동원도=취업 정보수집을 넘어 취업정보를 직접 만드는 대학생도 늘고 있다. 취업공고가 없더라도 인사담당자에게 먼저 이력서를 보내 해당 기업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눈도장을 찍겠다는 계산이다. 기업에서도 급할 때 이런 학생들의 인력풀을 이용할 수 있으므로 남는 장사다. 학기 중에는 회사에서 인턴을 구하기 어려운 점에 착안해 자신의 휴학 사실을 알리고 미리 이력서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 가족까지 동원하기도 한다. 올해 초 Y대학에서 열린 한 외국계 컨설팅회사 취업설명회에서는 이모가 제대를 앞둔 조카를 대신해 참석해 학생들보다 더 열정적인 질문 공세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설명회 참석이 처음이 아님을 강조하며 `다른 대학에서 열린 설명회에서 모 컨설팅 회사는 채용 시 이런 것들을 질문한다고 하던데 여기도 마찬가지인가` 등의 전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실제로 취업포털인 `잡코리아`가 지난 5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자신의 취업 실패 원인으로 기업 정보 부족을 꼽은 구직자 비율이 6.9%에 달했다. 상위권 대학으로 갈수록 이 비중은 훨씬 높아진다는 게 취업준비생들의 지적이다.

◆ 그림자ㆍ번개채용…정보전 치열=취업 정보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데는 회사들의 채용 패턴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회사에서 미리 인턴사원으로 채용해 일을 시켜본 뒤 채용하는 경우가 많고 금융회사에선 기존 직원이 잘 아는 믿을 만한 사람을 알음알음 선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 S대 경영학과 4학년 A씨(27)는 얼마 전 한 외국계 컨설팅업체의 인턴십에 지원했으나 그 뒤 열흘간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해당 업체에서 밝힌 마감시간에 맞춰 지원했지만 담당자는 메일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A씨는 이후 동아리 선배를 통해 인턴십 정보를 듣고 미리 면접까지 마친 같은 과 동기가 그 자리에 채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Y대 경영 관련 동아리 회원인 B씨(26)는 "갑자기 동아리 게시판에만 올라왔다 사라지는 취업 정보가 적지 않다"며 "수시 채용은 이런 경우가 80%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분 충원의 경우 팀워크를 고려해 평소 자신이 잘 알던 동아리 후배를 끌어가는 선배가 많다"고 전했다. 회사 내부 직원 인맥을 이용하는 `그림자 채용`이 성행하면서 실질적으로 동아리 회원이 아니면 이력서를 내볼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취업 정보 획득을 강조한 이 동아리의 올해 신입 경쟁률은 10대1에 달했다. 최근 국내 대기업에 취업한 K대 졸업반 C씨(27)는 "매력적인 회사일수록 상위 학교에 따로 설명회를 나올 때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설명회 때 학교 선배가 직접 나와 `적성검사를 통과하면 연락하라`고 했고 실제 각 부서 업무, 면접 과정에 대해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외국계 투자은행이나 컨설팅업체 등은 몇 개 대학에 한정해 취업공고를 내고 회사 설명회도 서울의 몇 개 대학에서 진행한다.

서울 중위권 C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네 군데에 합격한 D씨(26)는 "우리 학교에는 오지 않는 기업도 몇 개 있었지만 친구를 통해 모든 정보를 듣거나 직접 가기도 했다"며 "같은 과 선배 중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4~5명에게 전화를 돌려 미리 준비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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