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402>시키는 일이 너무 많아요

내 직속상사는 휴대폰 음성사서함에 남들보다 세배쯤은 많은 말을 담아낼 수 있을 거다. 받아 적기도 벅찰 만큼 빠르게, 그것도 아주 많은 일들을 시킨다. 잠깐 자리를 비우면 수도 없이 쌓이는 이메일부터 아무 때나 날라오는 문자 메시지까지 끝도 없이 처리해야 할 일 투성이다. 일 다하고 죽은 무덤 없다더니, 일이 많아서 죽지도 못하겠다. 사회 물도 먹을 만큼 먹었건만 여전히 잡다한 일들로 하루를 보내는 내 신세가 비루하고 팍팍하다.



상사 복이 없고 일 복이 많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상사를 잘 사용할 줄 모르고 일을 제대로 배분할 줄 몰라서일 수도 있다. 회사 여건과 규모 때문에 부득이 일당 백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의사결정을 못하고 오지랖을 떨어서 일당 백을 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회사나 상사는 말릴 이유가 없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마른 수건을 쥐어짤 것이다. 내가 아니어도 될 일, 사람이 아니어도 될 일, 지금이 아니어도 될 일, 대충해도 될 일을 끌어안고 낑낑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자. 제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제 곳에 적확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농땡이 부리며 일하는 것보다야 성실하게 일하는 것이 낫지만 성실하게 일하는 것보다 더 박수 받을 일은 영리하게 일하는 것이다. 모두 다 끌어안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지쳐가고 곪아가는 것은 `기여`가 아니다. 정말 필요한 일을 가려내어 제대로 하는 것이 진정한 `기여`다. 사람을 새로 뽑아야 할지, 업무 프로세스를 생략해야 할지, 업무 분장을 새로 해야 할지 주단위, 월단위 업무를 분석하여 상사와 의논해보자. 상사는 모양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게 아니다. 위기 상황이 오기 전에 교통 정리하고 의사 결정하라고 거기 있다. `하극상 태클`처럼 느껴지지 않게 정중하고 진중하게 생산적인 업무 방식에 대해 논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