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자동차를 버리지 못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타는 횟수를 늘리려 노력할 뿐이다. 줄지렁이 퇴비 상자를 만들지도 못했다. 쓰레기 분리 배출에 신경 쓸 따름이다.
크게 바꾼 게 없어 낯부끄럽지만, `지구는 내가 지킨다`는 마음이 여전하다. 이렇듯 뻔뻔할 수 있는 것은 가끔 이 책을 펼쳐 위로받기 때문. 킁킁! `깨어나 세상 냄새를 맡으라(Wake Up and Smell the Planet)`는 이 책의 본디 제목처럼 관심부터 갖고, `우선 할 수 있는 것과 내키는 것만 하자(7쪽)`는 다짐을 되살리고는 했다.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자신의 눈높이에서 바라볼 수 있게, 찬바람 쌩쌩 부는 이 분야에서 지난 10년 동안 아랑곳하지 않고” 노력한 웹진이자 이 책을 지은 `그리스트(www.grist.org)`의 힘이 온전히 담긴 덕분일 게다.
지은이가 “자동차를 버리라”고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차를 가지면 그만큼 타야 해서다(67쪽). 특히 “32㎞쯤 달릴 때마다 창밖으로 2.3㎏짜리 번개탄 자루를 내던지는 것(61쪽)”과 같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이나 뿜어내는 자동차를 `뻥`하고 차라고 권한다.
자동차를 버리지 못한다고, 또 덩치 크고 묵은 차여서 탄소 배출량이 많다고 해서 소침하지는 마시라. `역시, 나는 안 되겠어. 살던 대로 살자`고 포기하지 말자(7쪽)는 얘기다. 그냥 지금 가진 차를 오래 타면 된다. 자동차 한 대가 수명 내내 쓰는 에너지 가운데 9%가 `만들 때` 들어간다고 하니(62쪽), 되도록 새 차를 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지구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차를 두고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 더 좋겠고.
`지구형 인간(2009년 8월 초판 1쇄)`을 따라 조금씩 `지구에 가장 영향력 없는 인간`에 가까워지면, 집 안에 줄지렁이 퇴비 상자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 그 상자가 얼마나 흥미로운 서커스일지(128쪽)는 독자 하기 나름일 것이다. 상자를 끌어안지 않더라도 `지구형 인간 되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다. 영화 `록키`의 주인공 록키 발모아(실베스터 스탤론 분)처럼 동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TV를 보며 윗몸 일으키기를 하라. 에너지 잡아먹는 하마인 스포츠센터는 물론이고 자동차까지 젖힐 수 있다(105쪽). 그동안 등을 자주 껐다 켰다 하는 게 에너지를 더 쓸 것 같아 살짝 고민이었는가. 무조건 끄자. 그냥 켜 둔 등보다 끈 등이 에너지를 덜 먹는다(77쪽). 콩보다 많은 땅(6~17배)과 물(4.4~26배)과 화석연료(6~20배)와 화학약품(6배)을 들여 생산한다는 고기를 먹는 게 꺼림했는가. 해외로부터 탄소 방귀를 뀌어가며 들어온 채소를 먹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서 생산한 돼지고기가 맛으로나 생태적으로나 낫다(121쪽).
스웨덴에서 `빙장(freeze-dried)`이 개발됐다. 시신을 냉동한 뒤 액체질소에 담아 깨뜨리기 좋게 만든다. 이를 가루로 만들어 유해물질을 걸러내면 인간(몸)이 가진 유기성분만 남는다. 이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작은 관에 넣어 나무 밑에 묻으면, 1년쯤 뒤 모두 분해된다. 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202쪽)이다. 너무 먼 얘기로 들리는가. 그렇다면, 비싼 옷, 큰 차로 낯닦음을 하느라 반드레한 그 허세부터 걷어내자.
브랜지엔 데이비스 · 캐서린 로스 엮음. 이한중 옮김. 갤리온 펴냄.
국제팀장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