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왜? 최고가에 자포스를 인수했나
이시즈카 시노부 지음. 이건호 옮김. 북로그컴퍼니 펴냄.
지난해 7월 22일 아마존에 자포스를 매각하기로 합의했을 때, 토니 셰이 최고경영자(CEO)는 이 소식을 가장 먼저 이메일로 직원들에게 알렸다. 언론 보도는 그 이후였다. 셰이 CEO는 언론 보도의 속성상 재무적인 내용만 부각될 것을 예상해 1600여 명의 직원들에게 솔직한 뜻을 먼저 전한 것이다. 그가 직원들과의 `소통`을 얼마나 몸소 실천해 왔는지, 또 어떻게 건강한 기업 문화를 길러 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는 100만명이 넘는 팔로어들에게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관련 소식을 짤막하게 전달했다. 당시 토니가 밝힌 메시지는 “자포스가 아마존에 합병되는 것이 아니라 자포스의 기업 문화와 고용, 독자적인 경영 방식을 100% 그대로 승계할 수 있도록 약속받은 `합리적 결혼`”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약속은 지켜졌다.
당시 자포스는 우리에겐 조금 생소했지만 미국에선 주목받는 특별한 회사였다. 신발 회사로 설립 10년 만에 포천 선정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기도 했고,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1300%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아마존은 인수 대금으로 무려 12억달러라는 거금을 치렀다.
마케팅 전문가인 세스 고딘은 “세계 유일의 기업 문화와 강한 고객 유대관계, 탁월한 비즈니스 모델, 전설적인 서비스, 리더십 등 자포스만이 지닌 엄청난 가치의 무형 자산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이 인수를 선언했을 때 미국 유명 마케팅 전문가들의 평가는 흥미를 자아냈다. “닷컴 공룡이 약자를 먹었다”는 통념과 달리, 아마존이 드디어 `물건 판매상에서 서비스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자포스의 탁월한 통찰력과 예지력을 갖게 됐다며 제프 베조스 CEO를 추켜세웠다. 미국 업계에선 아마존보다 오히려 자포스의 가치를 더 크게 봤다는 뜻이다.
눈시울을 적시는 자포스의 고객 감동 일화 하나. 한 고객이 병석에 누운 어머니를 위해 자포스에서 신발을 샀는데, 불행히도 어머니는 며칠 지나지 않아 숨을 거두고 말았다. 상실감에 장례를 치른 뒤 그는 자포스에 신발을 반품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곧바로 자포스에서 답장을 보내왔다. 택배 직원을 집으로 보내 반품을 처리해 주겠다는 흔쾌한 응답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자포스는 곧바로 다음날 위로의 꽃다발과 카드를 보냈다. 비록 반품을 원하는 고객이지만 그 슬픔을 달래는 진심어린 선물을 준 것이다.
책은 자포스의 성공 비결과 독특하고 탁월한 CEO로 꼽히는 토니 셰이의 면면을 처음 소개하는 `자포스 보고서`다. 지난 1999년 15만달러로 출발한 온라인 신발 쇼핑몰이 10년 만에 존경받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비책을 엿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자포스가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닌 서비스를 판매하는 기업으로서 정체성과 자부심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대다수 기업에서 외주 용역 업무에 불과한 콜센터를 자포스는 `콘택트센터`라 부르며 100% 정직원으로 운영하는 일은 단적인 예다. `사퇴 보너스를 지급하라`를 비롯한 자포스의 10가지 핵심 가치는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교훈을 주기에 충분하다. 1만3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