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식 상생…中企에 `물고기 잡는법` 전수

25일 서울 남대문로 SK남산빌딩 20층이 SK그룹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과 1차 협력업체 CEO들로 북적거렸다.

이날은 2010년 하반기 `SK 상생 CEO세미나`가 개강한 날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졌다.

SK건설에 빌딩 공조시스템을 납품하는 신성엔지니어링 박대휘 대표는 "현업에 몰두하다 보면 큰 경영환경 변화를 못 볼 수 있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며 "때론 자금보다 경영 판단이 중요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협력업체 대표는 "SK가 자금 지원과 선결제 등에서 잘해주지만 여전히 과당경쟁을 통해 단가를 낮추려 들지 않느냐"는 불만도 나타냈다. 협력업체들 의견은 곧바로 관련 계열사 주요 임원을 통해 수렴되고 SK 상생 정책에 반영된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CEO세미나에 참가하는 한신 SK네트웍스 전략구매팀장은 "함께 강의를 듣고 시간을 보내며 자유롭게 토론한다"며 "지식과 지혜를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진정성 있는 상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날 SK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과 협력업체 대표들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파괴적 혁신과 신규 성장창출`을 주제로 한 이호욱 연세대 교수 강의를 들었다.

SK그룹이 2006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개설한 상생아카데미가 궤도에 오르며 업계에 상생을 위한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은 "일회성 상생프로그램보다 협력사 경쟁력을 본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최태원 회장 지론에 따라 출범한 것이다.

2007년 첫 과정이 열린 후 올해 상반기까지 CEO 1335명이 수료하며 경영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SK 상생아카데미는 상생 CEO 세미나 외에 협력사 핵심 부ㆍ차장을 대상으로 한 `상생MDP`, 온라인 교육과정인 `상생 e-Learning`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과정을 합치면 지금까지 10만명을 웃도는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교육에 참여했다.

SK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그룹들이 자금 지원이나 기술 교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과 차별된다. SK그룹은 매년 신임 임원 교육이나 자체 초청 강연 등을 통해 검증된 강사만을 상생세미나에 초빙하는 등 프로그램 수준을 높이고 있다.

장종태 SK아카데미 리더십센터장은 "SK그룹 임원 교육 때보다 수준 높은 강사들이 상생세미나에 온다고 보면 된다"며 "(중소기업에)물고기를 직접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전수하는 것이 중소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라 믿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한 `CEO세미나`는 매월 1회 조찬 세미나 형태로 5개월간 운영된다.

상생아카데미 관련 예산도 지난해 대비 20% 가까이 늘리고 과정도 확대했다.

김창근 SK 상생경영위원회 위원장(SK케미칼 부회장)은 "1차 협력업체 중에서도 규모가 작아 교육 기회가 적은 업체 CEO에게 세미나 참석 기회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남산빌딩 20층에 위치한 상생아카데미 전문 교육장은 대강의장, 중강의장, 분과토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협력업체 임직원들이 한 번에 150명, 연간 최대 3만여 명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SK그룹은 2008년 9월 `SK상생경영위원회`를 발족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공정한 계약 체결 △공정한 협력업체 선정 △불공정한 거래 사전 예방 등 3대 가이드라인을 채택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전방위적인 상생경영 활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매일경제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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