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에 `브로큰 윙(Broken Wing)` 징후가 구체적으로 포착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경제팀이 초조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매사추세츠주 마서스 비니어드 섬에서 여름 휴가 중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5일 오전 경제팀과 긴급 전화회의를 가졌다. 회의에는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크리스티나 로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참여했다.
이날 회의는 미국의 7월 신축주택 판매실적이 1963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추락했다는 발표가 나온 직후 소집됐다.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신축주택 판매실적은 전월에 비해 12.4%나 급락한 27만6000채(연율 환산치)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전날에 7월 기존 주택 거래실적이 전달 대비 27.2%나 급락하며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한 것과 함께 주택시장발(發) 더블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경제팀이 최근 경기동향수치, 글로벌 시장과 경제 성장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경제팀은 중산층에 대한 세금감면 연장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포함한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향후 조치들에 대한 진전 사항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서머스 국가경제위원장 등을 중심으로 한 현 정부 경제팀의 교체를 요구했다.
미국 경기 방향을 예측하는 바로미터로서 인식돼온 주택경기가 이처럼 꼬꾸라지자 경제가 잠시 회복됐다가 곧 위축되는 `브로큰 윙` 현상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3분기 성장률이 1%에도 크게 못 미칠 수 있다"며 더블딥 가능성이 40%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루비니 교수는 "미 경제성장률이 1% 미만에 머물 경우 주식시장은 급격한 조정을 받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신용 스프레드와 은행 간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위험을 기피하는 경향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딥 우려가 높아지면서 달러화에 대한 신뢰 상실이 일본 엔화값을 밀어올리고 있다.
가파른 엔화 가치 상승에 대해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전화 회담을 갖고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개입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26일 일제히 보도했다.
미ㆍ일 재무장관의 전화 회담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엔화값이 15년 만에 최고값으로 치솟은 가운데(달러 폭락) 시장 안정을 위한 양국 간 공동 보조를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일본 외환당국은 달러당 85엔이 깨지자 1차 구두개입에 나섰지만 미국 경제 더블딥 우려에 따른 달러 매도(엔화 매입)를 진정시키는 데 실패했고 15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달러당 83엔대까지 엔화값이 치솟자 외환보유액을 동원한 본격적인 개입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노다 일본 재무상은 26일 "일본 정부가 단독으로 개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통화(달러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경기 회복을 유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필요할 경우 미국과의 국제공조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일본 단독으로 엔화 강세 저지를 위한 개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미국은 올해 2월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5년 이내에 수출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공언한 상태며 최근의 달러화 약세 기조가 미국 기업들의 채산성 회복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26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최하는 심포지엄에는 벤 버냉키 미국 FRB 의장, 시라가와 마사아키 일본 중앙은행 총재 등 전 세계 30여 개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참석해 현재의 미국 경제를 포함한 세계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 용어설명 >
브로큰 윙(Broken Wing) : 위기에 빠진 경제가 단기 부양책으로 반짝 성장을 지속하다가 이내 다시 꼬꾸라지는 현상. 부러진 날개처럼 W자 모양이다. 지난해 3월 매일경제는 창간 43주년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세계 경제가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워싱턴=매일경제 장광익 특파원/도쿄=매일경제 채수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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