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수형 씨(33)는 A카드사 회원이다. 결제은행은 B은행이고 결제일은 매달 25일이다.
김씨는 지난 3월 통장 잔액이 부족해 100만원을 연체했다. 결제일 다음날인 26일(금) 연체대금 100만원을 통장에 입금했지만 연체는 29일(월)이 돼서야 모두 해결됐다. 김씨는 주말 내내 카드를 사용하지 못했고 나흘간 연 25%에 이르는 연체료를 물었다.
김씨는 하루밖에 연체하지 않았는데 연체료는 나흘치를 내게 된 것이 억울해 해당 카드사에 따졌다. 알고 보니 카드사들이 통장 잔액을 매일 점검하지 않고 2~3일에 한 번씩 하는 바람에 바로 다음날 입금을 했지만 카드사가 결제대금을 인출해 간 것은 나흘 뒤였다.
이처럼 일부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서 연체료를 부당하게 더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와 결제은행인 은행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개선책 마련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현대ㆍ삼성ㆍ롯데카드 등 전업카드사 회원들은 주거래은행 통장을 카드 결제계좌로 이용하고 있다.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ㆍ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이 대부분이다. 결제계좌가 시중은행일 때 연체가 발생하면 카드사들은 매일 계좌 잔액을 확인해 연체 대금을 회수한다. 각 카드사와 은행 사이에 실시간 자동출금을 위한 전용라인이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카드사는 한국씨티은행 HSBC 수협은행 저축은행 신협 등과는 제휴하지 않고 있어 이들 은행에 대한 계좌 잔액 확인에는 2~3일이 걸린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들 은행에 카드 결제계좌를 가진 고객이 많지 않다"며 "비용을 고려해 전용라인이 아닌 금융결제원망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금융결제원망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연체된 결제대금을 제때 빼가지 않아 실제보다 많은 연체료를 걷고 있는 것이다. 결제원망은 실시간 정보 제공과 출금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씨티은행 HSBC 수협은행 등에 결제계좌를 보유한 고객이 대금을 연체하면 카드사는 2~3일 간격으로 계좌 잔액을 확인할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에 결제계좌를 보유한 고객보다 적어도 하루 이상 연체료를 더 물게 되는 구조다.
카드사들도 이 같은 불합리한 구조를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카드사는 일부 은행 전산시스템 문제로 화살을 돌리고 있다. 모든 은행과 일대일 채널을 구축하는 데 따른 비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은행은 매일 잔액을 확인하고 출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 미비하거나 호환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금융결제원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은행 측 얘기는 다르다. 한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비용 문제 때문에 금융결제원망을 이용하는 게 맞다"며 "전산시스템 문제 운운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들 얌체 상혼도 문제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
금융결제원은 수년 전부터 결제원망을 이용하더라도 실시간 계좌 조회와 이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왔다. 하지만 같은 서비스를 이미 제공 중인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 감소를 이유로 강력히 반발해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기득권을 내세워 서비스 제공을 막고 있다"며 "일부 은행에 결제계좌를 보유한 카드사 회원들만 계속해서 불이익을 보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실태 파악부터 먼저 해보겠다는 반응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당하게 연체료를 더 받고 있는지 실태를 파악한 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시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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