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정렬은 없다. CIO는 비즈니스를, 비즈니스 리더는 IT를 잘 알아야.”
글로벌 경제 위기를 겪은 후 세계는 뉴 노멀 시대에 들어섰다. 사회와 기업 운영 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기준과 원칙, 가치가 변화돼 새로운 현상을 보이는 것이 뉴 노멀이다. IT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가트너는 위기 이후(Post Recession) IT 업계가 새로운 현실에 봉착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혁신과 성장, 비용과 기업 가치, 거버넌스를 바라보는 기업 시각에 변화가 생기면서 최고정보책임자(CIO)와 IT 역시 새로운 가치와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환경의 뉴 노멀에 대처하지 못하는 CIO는 몰락할 것이며, 살아남는 CIO는 IT조직을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스마트한 소비, 기업 IT투자에도 반영=최근 미 경제 전문지 포천은 뉴 노멀로 인한 미국의 5가지 새로운 현상을 소개했다. △장기화되는 고실업률 △주택구입보다 임대 선호 △소비보다 저축 우선 △휴가는 장거리 휴양지가 아닌 집 근처에서 △고액 자산가 과세 부담 증가가 그것이다.
소비 성향 역시 바뀌고 있다. 구매하고자 하는 제품의 실용성과 가치, 자신의 예산을 고려한 스마트 소비가 대세다. 미국발 경제 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된 덕분에 경제 위기 이후 선진국에서는 신중하고 실용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는 반면,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명품과 최고급품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과 IT투자에서도 `신중한 소비` 경향은 세력을 확산해 가고 있다.
금융 위기가 절정에 달했을 때는 비용 절감이 기업 전략의 최우선 순위이자 모든 것이었다. 금융 위기에서 벗어난 현재 기업은 금융 위기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 투자를 머뭇거렸다가는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장에서 영영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함께 갖고 있다.
세계 최대의 IT콘퍼런스이자 IT업계의 다보스포럼이라 할 수 있는 가트너 심포지엄/IT엑스포의 올해 주제가 `과도기 : 새로운 현실, 규칙 그리고 기회`인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은 현재 중대한 전환기에 서 있다는 것이 가트너의 설명으로, 올해 가트너 심포지엄이 중요한 이유는 20주년을 맞이해서가 아니라 뉴 노멀 시대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함께 발맞출 수 있는 IT전략을 다루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IT에 새로운 현실(New Reality)이 당면했다며 크게 4가지 부문, 즉 △혁신과 성장 △비용과 가치 최적화 △지배구조(거버넌스) △리스크 관리 영역에서 IT투자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달라진 비즈니스 환경에 IT 역할도 변화=뉴 노멀은 기업의 비즈니스 운영 방식과 시장에 대한 시각을 변화시키고 있다. IT 또한 기업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발생된 파괴적인 현상에 의해 새로운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기업 외부에서 작용한 힘은 역시 금융 위기다. 가트너는 2014년까지 모든 기업과 산업 전반에 걸쳐 변화가 일어나며, 설령 금융 위기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은 기업이라고 해도 협력사와 경쟁사의 변화에 대응할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 내부의 붕괴 현상은 서비스, 부서간 관계, 프로세스 등 조직적인 경계가 변화되는 것을 뜻한다. 가트너는 IT가 모든 비즈니스 변화에 관여하게 될 것이며, 비즈니스와 IT의 경계선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서 기업들은 기업 경영의 필수 원칙 세 가지, 즉 △혁신과 기업 성장 △비용과 가치 최적화 △리스크 관리의 조화와 통합을 이뤄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IT는 의사결정, 실행, 관리가 분리돼 있다. 이러한 IT는 금융 위기 이후 복잡해진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없다.
IT의 새로운 현실은 IT조직이 단독으로 IT투자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IT 거버넌스는 지금까지 IT의 공급과 수요 문제로 인식돼 왔지만 뉴 노멀 시대에는 IT거버넌스는 비즈니스 변화 거버넌스와 반드시 통합되어야 한다.
1600여명이 응답한 가트너 2010 CIO 서베이에 따르면 2013년 경 기업의 3분의 2 이상이 5대 비즈니스 우선순위에 혁신관리를 포함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응답자의 절반이 경기 위기 이후 IT의 역할이 변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비즈니스 이해 없는 CIO, IT 모르는 비즈니스 리더는 몰락=변화된 비즈니스 환경은 궁극적으로 CIO와 IT리더에도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이달 발표된 가트너 보고서 `IT의 새로운 현실`에 따르면 뉴 노멀 시대 CIO는 기업 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력을 확보하고 현재와 미래의 비즈니스를 지원할 수 있는 IT를 제공해야 한다.
변화가 필요한 것은 현업 비즈니스 리더도 마찬가지다. 비즈니스 리더는 모든 사업 운영에서 IT를 한 부분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며 기술에 대한 이해와 지식은 필수다.
가트너는 “뉴 노멀 시대 비즈니스 리더에게는 해당 산업과 업무 프로세스 이해도에 필적하는 수준의 IT 이해가 필요하다”며 “IT가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경쟁력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비즈니스 리더 역시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Gartner CEO and Senior Business Executive Survey, 2010)에서 지적하고 있다.
금융 위기 이전에는 IT의 최고 덕목은 비즈니스에 정렬하는 것(allignment)이었지만, 위기 이후 시대에는 비즈니스와 IT의 경계선 자체가 희미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체계에도 변화를 불러 일으킨다.
지금까지 IT거버넌스는 IT부서만의 문제였고 CIO의 권한이자 책무였다. 기업 거버넌스에 대해 IT의 역할은 법규제를 준수하도록 업무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고 각종 기업 경영 데이터를 저장 보관해놓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비즈니스 리더와 IT 리더는 이제 IT 거버넌스가 기업 거버넌스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박현선기자 h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