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기가 양기를 누르는 세상이다. 솥뚜껑 운전하던 여자들이 도로에서 자동차 운전을 하고, 집에서 밥상 차리던 여자들이 사무실에서 책상마저 차지했다. 레이디 퍼스트가 말로만이 아니라 삶에 그대로 실현되었다. 집에서는 아내가 으르렁거리고 사무실에선 여직원이 뾰로통해 한다. TV에선 똑똑한 여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매장에선 목소리 큰 여성고객이 전화를 안 끊는다. 뭐가 그렇게 복잡하고 뭐가 그렇게 까다로운지 비위 맞추기가 너무 힘들다.
시어머니 비위 맞추는 시집살이보다 장모 비위 맞추는 처가살이가 더 많아지고 있다.
부정할 수 없는 여풍(女風) 시대다. 틀렸다고 손가락질하지 말고 다르다고 여기고 이해하려 들자. 남성과 여성은 뇌부터 언어까지 외국문물 공부하듯 서로를 공부해야 한다. 연인 사이에 `헤어지는 편이 낫겠어`라는 말은 누가 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아주 달라진다. 남성이 했다면 이별을 구체적으로 준비한 선전포고지만 여성이 했다면 우리가 얼마나 사랑하는 사이인지를 확인하고 싶은 밑밥일 확률이 높다. 회사에서 `퇴사하고 싶습니다`라는 말도 누가 했는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남성이라면 명확해진 퇴사계획을 통보하는 것일 확률이 높고, 여성이라면 이 회사에서 내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싶다는 뜻일 확률이 높다. 남성과 여성은 취미, 학습, 성취,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차이는 피곤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도 한다. 앞으로도 여성과 일하는 기회는 점점 더 많아질 테니 그녀들의 공식을 공부하자. 대체로 남성이 가족을 위해 일한다면 여성은 자신을 위해 일한다. 대체로 남성은 위계서열의 기준에 맞춰 독립적인 사람이 되길 원한다면 여성은 융통성 있는 관계 속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잡종이 강세다. 남성 같은 여성이 승승장구하고 여성 같은 남성이 인기 있다. 이제 흘겨 보지 말고 곰곰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