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중기 시설자금 대출 증가세 `확` 줄어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시설자금 대출 증가세가 확 꺾였다.

29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시설자금 대출 증가규모는 731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전달인 5월의 7857억원에 비해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경기회복 기대감과 함께 중소기업들이 본격적인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올 들어 은행들의 시설자금 대출 증가세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6월까지 시설자금 대출규모는 총 3조2817억원으로 월 평균 증가규모가 5469억원을 나타냈다. 이는 경기침체에 빠져 있던 지난해 동기의 11조7979억원과 비교해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김병수 한국은행 금융통계팀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정되는 모습을 나타내면서 옥석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은행들이 보수적 대출 행태를 띠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최근 은행들의 소극적인 대출행태가 최근 중소기업청이 추진 중인 6000여억원 규모인 정책자금 20% 증액 움직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달 초 확정을 목표로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이 협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중기청은 최근 시설자금을 중심으로 정책자금 수요가 많다는 점을 들며 증액을 요청하고 있지만 기재부는 확대 일변도의 정책자금 지원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이동재 지식경제예산과장은 “세부적인 검토를 통해 증액이 적절한지 기업 대출 통계를 더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정책자금은 8월 20일 기준으로 전체 3조1355억원 가운데 2조7103억원의 지원이 결정됐다. 대표적인 시설투자 지원자금인 개발기술사업화자금과 신성장기반자금은 올해 1475억원과 1조1600억원이 책정된 가운데 각각 92%(1456억원)와 94%(1조892억원) 지원처가 정해졌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사라져, 중소기업의 투자 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다”며 “은행들이 지원에 나서지 않는 만큼 잠재력 있는 기업이 투자를 중단하지 않도록 정책자금을 증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