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주향미(30)씨는 집을 나설 때마다 MP3플레이어를 항상 챙긴다. 3개월 전 바꾼 스마트폰도 MP3 음악 감상이 가능하지만 그는 3년 이상 써온 MP3플레이어를 선호한다.
주씨는 “음질이나 편의성 면에서 MP3플레이어를 쓰는 게 더 만족스럽다”며 “갖고 다니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앞으로도 음악 감상은 MP3플레이어를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박경패(45)씨는 최근 고1 자녀를 위한 스마트폰 구매를 고려중이다. 처음에는 자녀가 동영상 강의와 사전 기능을 원해 PMP나 전자사전 구매를 염두에 두었으나 스마트폰의 각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녀가 원하는 기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IT 기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동영상 감상이나 어휘 검색 등이 주요 기능인 제품 판매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에 음악 감상 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기기 판매량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리버의 `T8`이나 삼성전자의 `U5`처럼 음악 감상을 주된 기능으로 제공하는 10만원 미만 저가 제품의 구매가 활발하다. 올 상반기 출시된 T8의 경우 월 1만대가량 판매되고 있으며, U5도 매월 약 5만대 정도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와 큰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이상원 아이리버 부장은 “기본 기능에 충실한 MP3플레이어는 스마트폰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히 팔리고 있으나 복합적인 기능을 탑재한 기기 판매량은 전년 대비 소폭 하락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도 자사 홈페이지 방문자와 구매자의 구매행태를 분석한 결과 동영상 기능이 없는 음악전용 MP3플레이어의 7월 점유율이 48%로 최근 3년 동안 최고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MP4 플레이어와 같은 동영상 재생 음향기기의 점유율은 51%로 연초 대비 15% 가량 하락했다.
다나와 관계자는 “PMP의 경우 인터넷 강의용이나 HD 제품 등 스마트폰과 뚜렷한 차별점이 있는 제품이 아니면 높은 판매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스마트폰 사용자가 점차 늘어나면서 최근 소비자들은 동영상 재생 등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기능과 유사한 기능을 갖춘 고가의 IT 기기를 굳이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