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키코 제재에 은행권 `부글부글`

키코와 관련된 금융감독원 제재 후폭풍이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키코와 관련해 금감원 제재를 받은 일부 은행 임직원들이 금감원 측 제재 내용에 반발하면서 일부에서는 금감원 결정에 이의신청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이날 "관련 법령을 준수했음에도 금융위기 영향으로 결과적인 책임을 진 사례가 있다"며 "일부 임직원들이 감독원을 상대로 이의신청 등 불복 절차를 밟을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이 키코 징계를 법원 판결에 유리한 요소로 활용하려는 상황에서 키코 사태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결과로 사후책임 물었다?=은행권은 키코 제재에 대해 법원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금감원이 중간에 무리하게 개입했고, 은행 내규 준수 등 감독상 책임을 묻는 것인데도 민ㆍ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고 염려한다. 이는 금감원의 잘못된 제재 근거에서 비롯한다는 것이 은행권 주장이다.

키코는 환율이 계약환율 근처에서 움직이면 중소기업이 돈을 벌고, 그 이상 큰 폭으로 오르면 실제 환율과 계약 환율 차이의 2배를 계약액에 곱한 뒤 은행을 통해 계약 상대방에게 지급하는 계약이다.

환율 차이 2배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수출액 50%에 대해 계약을 해두면 환율이 상승해도 기업은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애초에 예상했던 것보다 환율이 올라 환차익을 누린 만큼 토해내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기본적으로 수출액 중 62.5%(50%×1.25) 이상 계약한 것을 투기로 봤다. 손해를 보지 않는 계약액보다 1.25배 이상 많은 계약을 했다면 투기로 볼 수 있고 이를 유도한 은행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은행권은 두 가지를 문제로 지적한다. 우선 1.25배라는 기준이 최근에 도입됐다는 주장이다. 현재 규정으로 과거 계약을 문제 삼는 것은 소급적용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다음으로 오버헤지는 의도되지 않은 결과라는 주장도 한다. 기업이 100만달러 수출 계약서를 들고 와 50만달러 계약을 해줬는데 실제 수출은 60만달러만 이뤄지는 식으로 결과적인 오버헤지가 많았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부분 은행이 키코 계약 특성을 고려해 기업이 제시하는 수출액의 절반 수준에서 키코 계약을 해줬다"며 "결과적으로 오버헤지된 부분은 의도된 것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일부 기업들이 같은 수출 계약에 대해 여러 은행과 키코 계약을 하면서 오버헤지된 부분은 당시 시스템상 알기 어려웠다는 것이 은행 측 주장이다.

다른 관계자는 "은행은 거래를 중개할 뿐 돈을 버는 곳은 다른 상대방"이라며 "오버헤지를 했다가 기업이 많은 손실을 입어 돈을 갚지 못하면 은행이 대신 갚아줄 의무가 있는데 은행이 무리해 오버헤지를 유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기업들이 수출 예측을 잘못해 결과적인 오버헤지가 됐고 이 과정에서 대납 등 손실이 발생했다고 은행권은 주장한다.

◆ 은행권, 이의 제기 고려=물론 이 같은 설명은 은행권이 하는 주장이다. 중소기업들 주장대로 일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헤지 수준 이상으로 계약을 맺어줬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불완전 판매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왕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개별 사례에 대한 처벌이나 배상은 법원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소송이 없으면 모르되 소송이 진행 중인데 금융당국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치를 취했다"며 "은행 내규 준수에 대한 금감원 측 제재가 은행에 대해 민ㆍ형사상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이해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징계를 받은 일부 은행 임직원들은 내규 위반 사실에 대해서도 반발하고 있다. 관련 절차를 모두 지켰음에도 금융위기에 따른 환율 급등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정으로 은행에 손실이 발생하자 결과책임을 지게 됐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계약 당시에는 중소기업 수출 규모 예측에 따라 합리적으로 계약을 해줬다"며 "사후적으로 적정 거래 규모가 넘어선 것을 지적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이의신청 등 불복 절차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공동 대응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권 일각에서는 기업들 주장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 만큼 공동 대응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본격적인 대응에 나서면 싸움에 휘말리면서 오히려 은행 평판이 낮아질 것이란 염려가 있어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일선 기자/매일경제 박유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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