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3년 수익률 적립식 완승

동일한 펀드라면 거치식과 적립식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유리할까. 물론 정확한 답은 `상승ㆍ하락기 등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수익을 비교해 보면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거치식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2000선까지 올랐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1000선으로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시기에 적립식 펀드의 장점인 `평균매입단가 인하(코스트 에버리징) 효과`가 제대로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가 올라가면 주식을 적게 매입하고, 내릴 때 더 많은 수량을 채워넣어 향후 주가 회복 때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매매기법을 말한다.

◆ 적립식은 장기 투자할수록 유리=29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동일한 펀드일 때 거치식과 적립식의 최근 3년 수익률 격차가 국내 주식형은 10%포인트, 해외 주식형은 최고 25%포인트나 벌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주식형인 미래에셋인디펜던스펀드는 거치식의 최근 3년 수익률이 1.3%에 그친 반면 적립식은 13.19%에 달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펀드도 같은 기간 거치식은 -7.42%로 저조했지만 적립식은 8.72%로 훨씬 나았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이나 신영마라톤펀드 등 거치식과 적립식을 동시에 운용하는 대부분의 펀드는 같은 기간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 격차는 더 심했다. 특히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펀드는 거치식의 3년 수익률이 -20.91%로 투자자에게 큰 실망감을 주었지만 적립식은 4%대 플러스 수익률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슈로더브릭스펀드와 같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나쁘지 않은 지역에 투자했던 해외 주식형은 거치식과 적립식의 수익률 차이가 크지 않았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담당 연구원은 "과거 중국과 일본 증시를 기초로 거치식과 적립식 펀드 수익률을 시뮬레이션해 본 결과 횡보기엔 적립식으로 꾸준히 불입하는 게 거치식보다 30%포인트 이상 수익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 대세 상승기에는 거치식 유리=그러나 대세 상승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적립식에 비해 거치식 펀드의 성적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세 상승기였던 2009년 상반기 국내외 주요 주식형 펀드 수익률 비교에서 잘 드러난다.

국내 주식형 중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펀드는 이 기간 거치식이 적립식에 비해 약 6%포인트 수익률이 높았다.

KTB마켓스타펀드도 적립식이 13.53%의 성적에 그친 데 비해 거치식은 이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23.3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과 신영마라톤펀드도 거치식이 각각 12%포인트와 7%포인트 수익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주식형 중에도 상승기에는 거치식의 수익률이 적립식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 많았다. 반면 대세 하락기였던 2008년 하반기에는 국내와 해외 가릴 것 없이 거치식에 비해 적립식의 손실률이 낮았다.

배성진 연구원은 "미국이 1990년 초반 이후 장기간 상승세를 보였을 때는 거치식이 유리했다"며 "주가가 바닥에서 70~100% 급등한 뒤에는 후유증으로 조정받는 사례가 많아 적립식도 적절한 시기에 수익을 실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위기 때처럼 주가가 비상적으로 급락했을 때도 바닥에서 뭉칫돈을 쏟아붓는 거치식이 물론 유리하다. 하지만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조차 `바닥`인지 `상투`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게 거치식의 가장 큰 단점이다.

[매일경제 장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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