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취약 계층에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내달 정기국회에서 통과될지 초미의 관심사다.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7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u헬스 산업이 본격 이륙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수차례 시범사업을 통해 안정성을 확인한 만큼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원격진료를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안정성 문제를 검증하지 않았고 지역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 여전히 뜨거운 공방이 예상된다.
30일 국회와 정부부처에 따르면 의료 취약계층의 원격진료를 허용한 의료법 개정안이 지난 4월 임시국회에 처음 제출된 이후 계류하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 심사소위를 중심으로 처음 논의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재진환자로서 의료취약 거주자, 교도소 등 의료기관 이용 제한자 446만명을 대상으로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의사간 협업진료만 가능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수차례 진행하며 원격진료의 안정성을 검증했고 참여 의료인들의 만족도도 높았다”면서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상대로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 중으로 이번 정기국회 안에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2003년부터 법무부, 국방부, 지자체 등을 통해 8개 시범사업을 수행하며 안정성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 24개 보건의료기관, 90명의 의료진이 참여해 163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3만7271건을 서비스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의료인과 환자 중 서비스 수준에 대해 보통 이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평균 99.5%로 나타나기도 했다. 원격진료 서비스가 기존 대면진료에 비해 교통비와 기회비용 등도 평균 7만9000원 가량 절감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원격진료를 반대해온 의협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의협 관계자는 원격진료에 대해 “종래 시범 사업은 제한된 환경 안에서 원격으로 진료가 가능한 지를 기술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시범 사업이었으며 고혈압 등 일부 질환에서만 제한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안정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원격진료의 도입이 기존 의료전달체계를 붕괴하고 지역 개원가의 몰락을 가져올 가능성이 많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국회 논의에서는 정작 원격진료가 아니라 개정안에 함께 포함된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확대 · 의료법인 합병절차 등이 쟁점으로 부상해 법 개정의 암초로 떠오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위 관계자는 “현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논의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원격진료를 의료민영화와 연관짓는 시선도 적지 않아 광범위하게 토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u헬스업체 한 임원은 “이미 선진국에는 보편화된 u헬스 서비스를 유독 한국에서만 의사들의 이권에 막혀 못해온 실정”이라며 “전면 실시가 아닌 취약계층마저 원격진료를 막으면 취약계층의 의료서비스는 그만큼 퇴보할 뿐만 아니라 관련 솔루션을 이미 개발한 기업들도 타격이 적지 않다”고 비판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