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2) 체외 진단기기
체외 진단은 바이오 산업 중에서도 우리 업체가 주목해야 할 분야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은 이 분야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미래 성장성은 높다. 대형 임상실험실용 진단기기를 소형으로 구현한 POC 진단기기(Point of care, 일선진료현장 진단기기)는 우리가 강점을 지닌 반도체, IT, 나노과학과 융합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역시 u헬스 활성화에 힘입어 체외진단 등의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김기남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앞으로 혈액, 침, 세포 등을 통해 몸의 상태와 감염 여부 등을 조기에 진단한 뒤 빠르게 치료하는 체외진단(In-vitro diagnostics)이 바이오와 헬스 분야의 새로운 조류로 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원장은 이어 “10년내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상당 수준으로 낮아지고 휴대 가능한 장비들도 나타나면서 메디컬 서비스 패러다임이 환자 중심으로 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장비 업계는 체외 진단기기가 u헬스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품목에 포함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국내 체외 진단기기 시장 규모는 연간 6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진단기기 시장은 2008년 106억달러에서 오는 2012년 연평균 11% 성장할 전망이다. 전문가용은 에이즈, 간염 등의 감염 진단과 혈중 성분분석기 위주로 발전하고 당뇨환자용 혈당분석기는 개인용으로 보급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 면역진단기, 생화학분석기 등은 대학병원 등 대형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사용되고 있다.
체외 진단이란 유전자, 단백질, 혈액 등을 채취해 간염 에이즈 암 콜레스테롤 등 1000개 이상의 질병여부를 진단하는 기기 및 시약을 말한다. 중외제약 관계자는 “예전에는 각종 검사가 대형병원 위주로 이뤄지면서 검진에서 결과가 나오는 시간이 다소 걸렸다”면서 “하지만 진단기기 보급이 확산될 경우 시간 절약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의 소규모 병 · 의원은 1만5000여 곳에 달한다. 소규모 병의원은 그동안 혈액검사를 자체적으로 할 수가 없어 전문검사기관에 맡겨야 했다.
의료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 간 한국의 의료비 증가율은 8.7%로,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체외 진단 시장은 지멘스 로슈 등 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외국계 기업의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최근 국내 기업도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중외제약, 동아제약 등 제약사와 중소 의료기기업체가 시장에 뛰어든 상태다. 중외제약은 삼성전자와 혈액진단기 독점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제품은 혈액 몇 방울만으로 간염 · 콜레스테롤 등 19가지 질환을 30분 만에 검사할 수 있다. 장비 대당 가격은 1000만원 수준이며, 중외제약은 장비 판매와 유지보수 등을 통해 2년간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중외제약은 이밖에 일본 후지레비오와 면역분석기 `루미퍼스 G1200` 독점계약도 체결, 9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간염, 에이즈 등 감염성 질환을 비롯해 암, 당뇨, 갑상선, 호르몬 검사 등 총 40여종의 질환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삼성테크윈도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내년 말 상용제품 출시를 목표로 A · B · C형 간염 진단시약을 비롯, 에이즈(AIDS), 간암 검사시약을 개발 중이다. 삼성테크윈 관계자는 “미국 메를랜드 연구소와 판교R&D센터 두 곳에서 시약과 검사장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개념의 진단기기 이외에도 최근에는 체내 각종 성분을 전자 화학 IT기술을 이용해 검출하는 진단기기도 등장하고 있다.
미국 애보트는 혈중성분분석기를, 덴마크의 라디오미터는 혈중이온분석기를 개발해 놓고 있는 상태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싱파포르 국립대병원과 공동으로 조류독감을 진단하는 랩온어칩(Lab on a chip)을 개발했다. 극소량의 유체를 제어하는 기술을 이용해 시료준비에서 검사까지 하나의 칩에서 일괄 처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10시간 이상 걸리던 조류독감 진단 시간이 2시간 이내로 줄었다.
국내 중소기업과 한국전자통신연구소 등 국가 연구 개발 기관도 진단기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케이피엠테크는 나노콘 표면처리 기술을 활용한 고성능 바이오칩 및 리더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나노콘시스템(일명 나노콘리더기)은 당뇨병과 각종 암을 비롯해 조류인플루엔자(AI)와 같은 각종 질병을 1시간 안에 진단할 수 있다.
나노엔텍은 가정에서 쉽게 임신 여부를 확인하거나 당뇨병 환자가 자가 혈당을 측정하는 것과 같이 일반인이 스스로 심혈관 질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선보였다. 10~20㎕의 양의 적은 혈액으로도 사용이 가능해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고도 심혈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혈액 몇 방울로 간암, 전립선암, 대장암 등을 비롯한 각종 질병의 유무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반도체 바이오센서 칩`과 `리더기`를 개발했다. 이 검사장비는 비표지식으로 질병인자를 검출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짧고 단일 칩내 여러 가지 센서를 집적해 동시에 다종 질병인자 검사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1차 진료기관이나 보건소, 실버타운, 일반 가정에서 간편하게 혈액 몇 방울로 각종 암 검진이 가능해져 향후 u헬스 서비스용 현장진단기기로 널리 활용될 전망이다. ETRI는 이번 개발에서 확보한 핵심소자, 공정, 기기 등의 핵심기술을 국내 바이오 관련 우수기업들에 기술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 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김원배 기자, 이경민 기자, 이성현 기자, 황태호 기자, 대전= 박희범 차장
<표1>2008년 poc 진단기기 분야별 현황 <단위:억 달러>
<자료:삼성경제연구소>
<소박스> 의료기기 시장 북미가 최대 수요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은 오는 2012년까지 연평균 6.2%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질병진단 및 치료를 주요 목적으로 하는 산업의 특성 때문에 경기침체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역별로는 미국을 포함한 북미지역이 세계 최대 시장이며, 영국 · 프랑스 · 독일 등 서유럽과 중국 · 일본 · 한국 등 아시아 · 태평양 지역도 의료기기 시장에서 중요하게 분류된다.
특히 중국은 2012년까지 연평균 11.1%의 고성장을 이룩하면서 시장규모 비중 역시 2007년 1.9%에서 2012년 2.3%로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가장 많이 생산된 의료기기는 초음파진단장치가 차지했다. 의료용품으로는 치과용귀금속합금, 치과용임플란트 등이 큰 시장을 형성했다.
<표2>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2007년-2012년) <단위:억달러, %>
<자료:Esp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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