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캐피털사 설립에 나선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30일 "서민금융을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캐피털사를 자회사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세부 방침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민금융에 강점이 있는 KB가 캐피털사(가칭 KB캐피탈)를 설립할 경우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제도권 신용대출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KB금융 측은 어윤대 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부터 캐피털사 설립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자회사로 캐피털사를 두지 않은 곳은 현재 KB금융지주뿐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특히 어 회장 취임 당시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서민금융 확대를 주문하자 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서민들을 위해 캐피털사 설립을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KB 내부에서 국민은행 자체 역량을 통해 서민금융을 확대하는 방안과 캐피털 사 설립 등 두 가지 의견이 대두됐다. 금융당국 사이에서도 일부 이견이 있었지만 최근 캐피털사 설립 등으로 의견이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KB는 `KB캐피탈`이 설립될 경우 국민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는 저신용자들에게 자회사인 캐피털사를 통해 대출을 지원하면서 체계적인 고객 대출 시스템과 금리 체계를 완성할 수 있다. 30일 현재 국민은행의 범용 신용대출상품인 KB신용테크론의 경우 신용등급 1등급에서 6등급을 대상으로 연간 5.51~9.81%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 `KB캐피탈`은 6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10%에서 20%대 금리로 신용대출을 실시하게 되면 신용도가 높은 고객부터 낮은 고객들까지 모든 계층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도 KB의 캐피털사 설립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KB와 같은 대형사가 캐피털 자회사를 통해 저신용자 신용대출에 나설 경우 서민금융이 확대될 뿐 아니라 정책당국 처지에서 대형 캐피털 업체들을 통해 시장 경쟁을 조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부업체도 아닌 대형 금융회사들이 서민들에게 고금리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올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평판이 중요한 은행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캐피탈이 개인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KB캐피탈`이 개인대출만 전적으로 취급할 수 없는 것도 걸림돌이다. 캐피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캐피털사는 본업(할부금융, 리스) 취급 비중이 절반 이상 돼야 한다"며 "KB의 캐피털 자회사가 본업에서 수익을 못낼 경우 서민대출 지원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B는 여전업, 소비자금융 경험이 없기 때문에 기존 업체를 인수ㆍ합병해 자회사로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손일선 기자/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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