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끈한 바디 깜찍한 뒤태…그녀를 닮은 차 `해치백의 유혹`

해치백 불모지 한국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 `i30`가 업계를 놀라게 하고, 폭스바겐 `골프`가 가능성을 재확인해준 해치백 시장에 기아차도 새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신형 아반떼의 강력해진 준중형 심장을 그대로 이어받은 `포르테 해치백`이 9월 초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00㏄급 해치백 최강자 폭스바겐 골프와도 맞먹는 최고출력 140마력을 발휘한다는 점, 참신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포르테(세단) 전면부에 볼륨감 있는 뒷모습을 가미했다는 점 등에서 기아는 이번 해치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포르테 해치백 등장으로 현재 쇼핑리스트에 올라 있는 국산 해치백은 5개 모델로 늘었다. i30를 필두로 GM대우 `젠트라X`, 기아 `프라이드 해치백`, 현대 `베르나 트랜스폼` 등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해치백은 측면에서 봤을 때 두드러진 트렁크 공간 없이 엔진룸과 탑승공간 `2박스`만으로 이뤄진 차량을 말한다. 트렁크 공간이 삐죽 튀어나와 독립된 문이 달려 있는 일반 세단은 해치백과 대조해 `노치백`이라 일컫는다. 잠수함 문처럼 트렁크 도어를 위로 들어올린다 해서 해치(hatch)로 부르게 됐다. SUV 차량들 역시 공간 구분이나 트렁크 도어가 열리는 방식은 해치백과 같지만 전고와 지상고가 높은 데다 중형 이상 체급이 많아 해치백으로 구분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해치백이 소형 세단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화한 형태기 때문이다. 일부 소형 왜건 차량은 해치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해치백 본고장은 유럽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유럽 여행에서 카메라 세례를 퍼붓는 차가 어떤 것들인지 돌이켜 보면 대개 깜찍한 디자인에 화려한 색상을 입은 해치백이 많다.

피아트 `500`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포드 `카(Ka)` 같은 해치백을 보게 된다면 나도 모르게 `이런 차는 왜 한국에서 볼 수 없을까` 하는 안타까움마저 느끼게 된다. 유럽뿐만 아니라 소형차 왕국 일본에서도 해치백 대접은 남달라서 매년 이들 나라에서는 수백만 대가 팔려나간다.

자동차 역사가 긴 나라일수록 해치백이 대접받는 것은 소비자들이 과시용보다는 실용성과 편리성에 무게를 두고 차를 고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트렁크 공간만큼을 잘라낸 해치백은 차체 길이가 세단보다 짧아 주차가 용이하다. 여성들 선호도가 특히 높다. 신형 아반떼 차체 길이(전장)는 4530㎜인 데 비해 포르테 해치백은 4340㎜로 어른 한 뼘 정도인 190㎜만큼 짧다. 쇳덩어리를 그만큼 덜어내다 보니 연비 면에서도 동급 세단보다 앞서는 게 보통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골프`나 푸조 `207` `308` 등이 공교롭게도 동급 대비 연비왕인 것은 엔진 형식뿐만 아니라 차체 형태도 한몫을 하고 있다.

도요타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나 혼다 `인사이트` 역시 해치백 형태인 것도 같은 이유다. 도요타는 97년 1세대 프리우스를 세단형으로 내놨지만 2004년 2세대, 2009년 3세대 모델은 해치백 형태로 변형했다.

그러나 트렁크를 희생한 결과 적재 용량이 크게 줄어드는 단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골프`에 골프백이 안 들어가고 i30에 유모차가 안 들어간다는 얘기. 따라서 대부분 해치백이 뒷좌석을 접이식으로 만들어 적재 공간으로 넓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7년 하반기 i30가 등장하면서 해치백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톡톡 튀는 배우 임수정이 "달라, 난 달라"를 외치며 유럽풍 골목 이곳저곳을 누비는 i30 광고를 내보냈다. 개성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다.

전략은 적중했다. 출시 약 5개월 만에 1만1000대가 팔렸고 이듬해에는 3만대 이상, 지난해에도 2만5621대가 출고되는 등 출시 이후 7만3000여 대가 팔리면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해치백 전성기가 있었으니 75년 현대가 출시한 `포니`가 그 주인공이다.

골프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거장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펜을 잡은 포니는 한때 40%대 점유율을 기록하며 해치백인지 세단인지 구분할 겨를도 없었던 국내시장을 평정했다.

기아차는 포르테 해치백으로 과거 아픔을 딛고 i30가 개척한 해치백 시장을 확대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1990년대 기아차 아벨라나 대우차 라노스, 줄리엣 등이 출시됐지만 1년 판매량이 수백 대에 그치는 부진을 겪은 데 비해 지금은 시장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포르테 해치백 개발을 담당한 정선교 기아차 국내상품팀 부장은 "이제까지는 소비자들이 해치백을 많이 접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소함이나 어색함 때문에 외면했다면 최근 스타일리시하고 고급스러운 해치백 모델이 대거 등장하면서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스타일과 실용성뿐만 아니라 주차 시 콤팩트한 사이즈 덕분에 주차 용이성을 선호하는 20ㆍ30대 젊은 여성, 뛰어난 성능과 남과 다른 개성을 원하는 30대 남성 고객이 포르테 해치백 주요 구매층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일경제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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