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자
3. 스마트폰 의료 서비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의 외과 최 모 교수는 학술 대회 참석차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예전에는 응급 환자가 많은 그의 진료과목 특성상 타지에 있을 때면 항상 불안했다. 별 것 아닌 레지던트의 전화만 와도 회의 중 자리를 나가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모바일(mobile)-OCS/EMR(처방전달시스템/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지 자신이 관리하는 환자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기 때문. 시스템은 환자의 기본적인 프로필 및 신체의 상태뿐만 아니라 진행 중인 처방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의료계에서 스마트폰이 사용되는 모습이다.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이 의사들에겐 환자의 상태를 언제든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손 안의 차트`가 된다. 의사의 위치에 상관없이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더욱 용이해졌다. 또 환자에겐 SNS 등을 통해 의사와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손 안의 의사 선생님`이 된다.
◇손 안의 차트, 처방 전달과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스마트폰을 통한 치료 및 진단시스템의 변화로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한림대학교의료원이다. 이 의료원은 지난 4월부로 산하 5개 병원의 모든 환자에 대한 처방정보 및 검사결과 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조회할 수 있는 `RefoMax mobile-OCS/EMR 시스템`을 개발, 가동을 시작했다.
의사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입원 및 응급 · 수술 · 외래 환자의 모든 검사 결과, 처방내역, 진료의뢰/회신 등의 컨설트 내역, 환자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 등 환자의 상태파악을 위한 모든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열람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최 교수의 경우처럼 의사가 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장시간 자리를 비울 때나 예상치 못한 시간의 응급상황에서 적절한 조치가 필요할 때 보다 빠르고 정확한 처방이 가능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모든 약품에 대한 성분 · 용법 · 용량 및 금기사항 등 기억하기 어려운 상세정보를 실시간 조회할 수 있으며, 의료원 산하 모든 교직원의 연락처 조회도 편리하고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다.
신재혁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척추센터 교수(정형외과)는 “이 시스템을 통해 모든 차트를 스마트폰을 통해 손쉽게 열람할 수 있게 됐다”며 “사번 및 주민번호 등으로 철저하게 보안체계를 구축해 놨기 때문에 환자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셀 위험도 줄였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의료진이 원내에서 실시간으로 환자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 `스마트 EMR`을 개발했다. 스마트 EMR은 컴퓨터 없이도 환자 정보를 즉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다른 과에서 의뢰한 진료내역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원내 협진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은 우선 전체 입원 환자, 병실 환자, 본인 담당 환자 정보 조회가 가능한 정도”라며 “향후 2차 개발을 통해 외래, 응급실 등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하고 기능 역시 진료기록, 처방내역, 결과 조회 등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립병원 가장 앞선 곳은 보라매병원이다. 이 병원은 지난 달 19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BRMH EMR`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BRMH EMR`은 의료진이 부재 중이거나 통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하는 다른 진료과의 협진 요청을 조회하는 `진료의뢰내역 조회`와 병원 전체는 물론이고 병실별 또는 담당별 입원환자 정보를 조회하는 `환자 상세 정보 조회`, 그리고 입원 환자의 다양한 검사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 결과 조회` 등을 구현한다.
이 병원 양희진 의료정보센터장은 “BRMH EMR 도입은 의료진의 스마트폰 사용을 확산시키고 효용성을 검증하기 위한 첫 단계”라며 “앞으로 진료 현장에서의 피드백을 반영해 추가 개발의 청사진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안의 의사, 각종 의료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일반인 및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앱도 증가 추세다. 현재 애플의 앱 스토어에만 1500개가 넘는 의료 서비스 앱이 등록돼 있다.
한림대학교의료원은 처방전달 및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함께 환자를 위해 병원소식, 병원 및 의료진 소개, 진료시간표 조회는 물론이고 진료예약 · 수정, 건강검진 예약도 가능한 모바일용 홈페이지를 오는 10월 1일 오픈 예정으로 작업 중이다. 또, 개인 건강정보를 활용하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에도 착수했다. 이 앱이 활용되면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의식을 잃었을 때도 심근경색증임을 파악하는 데 드는 1시간 이상의 소요시간 없이 스마트폰에 내장된 PHR(개인건강정보)을 확인,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이외에도 디지털 혈압계, 혈당계, 신체활동량 측정계 등과 연계하여 스스로 검사하고 결과를 주치의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할 수 있어 지속적 개인 건강관리가 가능하다.
연구의 총책임을 맡은 안무업 교수는 “현재 스마트폰과 의료가 만나면 앞으로 언제 어디서나 질병치료가 가능한 획기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서울병원도 일반인 대상의 모바일용 아기수첩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기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궁금해 할 육아 상식을 포함해 아기의 성장 속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성장곡선, 예방접종 일정표와 예약 정보, 성장 다이어리 등의 기능을 담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독자적인 모바일 홈페이지를 구축해 스마트폰으로 진료를 예약할 수 있는 전용 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병원을 방문할 경우 스마트폰으로 자신이 원하는 진료시간을 미리 선택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고 있다.
을지대학병원이 제공하는 모바일용 홈페이지(m.emc.ac.kr)에서는 병원소식, 병원 및 의료진 소개, 진료시간표 조회는 물론 온라인 상담과 진료예약도 가능하다. 이 모바일 홈페이지는 네이버나 구글 등 모바일 웹검색에서 을지대학병원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전용 도메인 m.emc.ac.kr로도 접속가능하다.
개원가도 각종 앱 개발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길안과병원 녹내장센터는 녹내장 상식사전을 발간, 어플로 제작해 녹내장에 관한 정보를 알기 쉽게 제공하고 있다. 또 아이디병원은 34종의 미용성형을 살펴보고 본인이 원하는 시술을 체크해 서울 압구정동 일대 성형외과들의 평균가로 산출된 성형견적을 체크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앱 개발은 환자에게 의료정보 제공과 함께 `친근한 병원`의 이미지 구축으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뿐만 아니라 서울아산병원,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세브란스의료원, 건국대학교병원 등이 활발히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도 일반인들에게 유용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또 하나의 의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별 취재팀 = 강병준 차장(팀장 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김원배 기자, 이경민 기자, 이성현 기자, 황태호 기자, 대전= 박희범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