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 공포에 전세계 돈 채권으로

글로벌 채권시장에 비정상적 가격 상승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양적 완화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이머징마켓의 금리 인상도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중에 남는 돈이 채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더디게 회복되면서 국채시장에 돈이 몰리자 시장에서는 글로벌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아니냐는 염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오면 국채금리는 하락하기 마련이라 미리 장기물 위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세계 각국 국채금리(10년물 기준)는 2~3%에서 하향 평준화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통상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이머징마켓 국채는 안전자산인 미국 일본 유럽 등의 국채에 비해 금리가 크게 높은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머징국가의 국채금리가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낮아지면서 각국 채권금리 간 격차가 좁혀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주요국 국채금리(10년물 기준)를 점검한 결과 점검 대상 25개국 중 60%(15개국)가 금리 연 2~3%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8년 2~3%대 금리를 보이는 나라가 미국과 스위스 2곳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제금융계에 `지각변동`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당시만 해도 콜롬비아 등 일부 국가의 국채금리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이머징국가와 선진국 국채 간 금리 격차가 크게 벌어졌으나 지금은 거의 비슷한 금리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올해 들어 이머징마켓 채권금리는 크게 하락했다. 연초 대비 지난달 말까지 멕시코 국채 10년물 금리가 1.79%포인트 하락했고, 콜롬비아도 1.32%포인트 낮아졌다. 선진국 중에서는 안전자산 선호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미국(1.24%포인트) 독일(1.10%포인트) 프랑스(1.15%포인트) 국채가 1.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세계 경기 침체로 인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갈 길을 잃은 돈이 채권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이나 부동산이 불안한 것에 비해 채권은 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특별취재팀=매일경제 한예경 기자/이소아 기자/전범주 기자/이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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