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실감미디어]<4부-1> 오감미디어

`생생함`이라는 단어는 오감을 통해 완성된다. 실감미디어가 언제 어디에 있건 시 · 공간을 넘어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종착역은 오감미디어가 될 것이다.

오감미디어는 각종 예술 공연과 4D 극장을 통해 경험해 볼 수 있다. 향후에는 전용극장이 아니라 안방에서도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실감 방송을 경험할 날이 올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차세대 방송 기술 개발 로드맵을 통해 오감방송을 구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오감미디어는 비단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보다 실감나는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한 다양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지금은 시뮬레이션이 시각적으로만 이뤄지고 있지만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진다. 오감미디어가 발달하면 산업 지형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오감미디어란=미국 유니버설스튜디오에 마련된 `심슨가족`관. 관객들이 자그마한 장치에 탑승하면 관객이 마치 만화 속 등장인물이 된 것처럼 관객을 중심으로 카메라가 이동한다. 이 설정은 관객이 오감으로 만화를 느끼게 해 주기 위한 출발점이다. 관객의 눈을 중심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만화 속 다양한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관객이 탑승한 장치는 어느 순간 거인이 된 아이 입 속에 들어가게 된다. 이때 어디선가 물이 뿌려져 나온다. 그 순간 관객들이 느끼는 것은 아이의 입 속에 있는 침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보니 롤러코스터도 타게 된다. 관객이 탄 장치는 제자리에서 흔들거리기만 하지만 영상이 롤러코스터의 철길을 지나가는 것을 보여주면 롤러코스터를 탄 것과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 장치를 흔들어주고 물을 뿌려 촉각을 느끼게 함으로써 생생함을 더 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에서는 전체 조명이 더 어두워지기도 하고 냉기가 흐르는 오싹한 공간을 묘사할 때는 에어컨을 통해 실내 온도를 낮춤으로써 실제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꽃이 있는 곳에 꽃향기가 퍼지고 맛있는 음식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 음식의 냄새까지 풍긴다면 그 생생함은 배가된다.

이것이 오감미디어가 지향하는 바다. 오감미디어는 말 그대로 오감을 자극하는 미디어다. 시각과 청각만을 자극했던 기존 미디어와 달리 후각과 촉각까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오감미디어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하면 음식의 냄새를 그대로 맡을 수 있으며 보드라운 이불 광고라면 그대로 그 촉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기존 미디어는 디스플레이와 스피커를 통해 시각과 청각을 느끼게 해줬다. 마찬가지로 오감미디어의 미각, 후각, 청각을 추가로 느낄 수 있으려면 이를 가능하게 해줄 장치가 필요하다.

오감미디어를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4D 상영관에는 이러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좌석을 앞뒤로 흔들어주거나 연기나 물을 뿌려주는 기기들이 좌석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장치와 오감 디바이스를 연동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오감미디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연동기술 개발과 표준화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

◇예술계는 오감만족으로 돌진=9월 한 달 동안 인천 경제자유구역 송도 국제도시 안에서는 관람객의 오감을 만족시켜줄 미술 작품이 전시된다. `인천 국제 디지털아트 페스티벌(Indaf)`에서 국내외 작가 90여명의 작품이 오감을 자극하는 미래의 미술을 선보인다.

미래 미술의 핵심은 역시 오감미디어. 이를 통해 기존의 미술 전시와 차별점을 내세웠다. `모바일아트`전에서는 만지고 체험하는 모바일을 통한 아트를, 또 빛과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공간미술을 보여준다.

이러한 시도는 예술계의 공연 · 전시 등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과 5월 이어령 창조학교 교장과 김덕수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4D 사물놀이를 보여줬다. 디지털 세계(홀로그램)와 아날로그 세계(사물놀이)의 조화를 추구한 것으로, 실물과 똑같이 입체적으로 보이는 사진기술인 홀로그램을 이용해 인물이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서울시는 세종문화회관 지하 2층의 충무공이야기 전시관에 명량해전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4D 체험관`을 열기도 했다.

4D 체험관은 거친 파도를 가르며 임하는 해전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곳에서 입체 안경을 쓰고 체험의자에 앉아 명량해전 내용을 담은 6분 길이의 영상물을 보면 1597년 명량해전 당시 이순신 장군처럼 울돌목의 거친 물살을 가르며 전투를 치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될 것=오감미디어의 시작은 엔터테인먼트지만, 오감미디어가 활성화된다면 산업계 전반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과 전시, 영화 등 예능 분야에 한정된 이유는 아직 오감미디어의 정교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짜 `실감`으로 다가올 때 오감미디어의 파급력은 막강해진다.

오감미디어 기술이 정교해지면 다양한 실습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시도로 내년 초 개관하는 부산 북구 교통안전교육 테마공원을 들 수 있다. 이곳에는 국내 최초로 4D 교통영상 체험관이 설치 운영될 예정이다. 4D 영상을 통해 마치 실제 도로에서 자동차를 타는 것처럼 체험이 가능하다. 테마공원에서는 이를 활용해 자동차 안전교육을 진행한다.

다양한 실험과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외부 환경을 4D를 통해 똑같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취재팀 = 강병준 팀장(bjkang@etnews.co.kr), 김원석 기자, 양종석 기자, 문보경 기자, 황지혜 기자, 허정윤 기자, 박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