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역사는 속도의 역사다. 18세기 후반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함으로써 속도혁명이 시작됐다. 시속 10㎞로 달리던 증기기관차는 20세기 후반 시속 300㎞의 고속열차로 진화하였다. 과거 철도는 레일과의 점착력 때문에 시속 300㎞를 한계속도로 보았다. 하지만 프랑스 TGV는 바퀴식(Wheel-On-Rail)열차로 시속 574.8㎞를 기록했다.
또 `열차는 덜컹거리는 레일 위를 달린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 자기부상(Magnetic Levitation)열차다. 자기부상열차는 항공기처럼 바퀴 없이 날아가는 꿈의 열차며 미래의 열차이다. 독일은 상전도 방식으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 중국 상하이에서 시속 430㎞로 상업화했다. 일본도 초전도방식으로 시속 581㎞ 세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시속 300㎞라는 기존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으며 국가 간 · 교통수단 간 속도의 무한 경쟁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운행 중인 고속철도는 승용차보다 3배 이상 빠르다.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의 등장은 항공기의 속도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의 질주본능은 어디까지가 한계일까. 탄환열차와 같은 공상과학소설은 가능한 것일까. 최근 초고속 튜브트레인 시스템이 미래의 초고속 육상교통수단으로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초고속 튜브트레인 기술은 철도의 궤도를 튜브로 감싼 후 진공 또는 아진공(亞眞空) 상태로 공기저항을 최소화하여,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술이다. 즉 고도 1만m에서 운항하는 항공기와 유사한 기압 환경을 만들어 주면, 튜브 내를 주행하는 자기부상열차의 공기저항이 줄어들어 초고속 수송이 가능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는 마하 3까지의 속도도 가능하다.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시속 3600㎞의 탄환열차인 것이다.
스위스는 알프스 산악지역을 진공화된 지하터널로 연결하는 `스위스메트로`의 개념을 수립하고, 이를 `유로메트로`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시속 1000㎞의 초고속 튜브트레인 개발에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이를 실용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이 기술은 다양한 분야를 융합한 기술로서 국방 · 자동차 · 조선 · 우주항공 등 타 산업분야로의 기술적 파급효과도 크다.
다가올 미래의 환경을 예측하여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속가능 개발`이라는 정책적 패러다임에 따라 에너지 고갈과 환경 문제가 글로벌 이슈화되고 있고, 이와 직결되는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의 기술개발이 활발하다.
이미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신교통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석유에만 의존하는 항공기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의 초고속 육상교통수단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초고속 튜브트레인이 에너지 문제와 환경보존 차원에서 미래의 초고속 육상교통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석유의 절대적 공급부족시기에 초고속 튜브트레인은 항공기 속도에 버금가는 대륙 간, 국가 간의 매력적인 교통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세계 네 번째 고속철도기술 보유국이다. 미래의 한국은 `꿈의 열차`인 초고속 튜브트레인 시대에 세계를 선도는 교통 강국임을 기대해 본다. 철도기술은 알라딘의 램프처럼 상상과 꿈을 현실로 만드는 마법이다.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기획부장 hsna@kr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