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테마 `그래핀`. 반도체 · LCD용 차세대 전극으로 주목받으면서 실험실에서 그래핀을 연구하고 있는 회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고공행진했다. 같은 탄소소재라는 이유로 애먼 `탄소나노튜브(CNT)` 제조업체들까지 테마주로 거론될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 G&CS라는 중소기업이 그래핀을 이용한 방열 솔루션을 양산,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G&CS는 전극용 소재로서의 그래핀을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금속보다 빠른 그래핀의 열 전달력을 이용해 소자에서 발생한 열을 외부로 실시간 배출해주는 `그래핀 방열플레이트`를 생산한다. G&CS에서 그래핀 제조 관련 연구를 총괄하고 있는 최석홍 박사(61)를 만났다.
“기본적으로 열 관리가 필요한 모든 애플리케이션에는 그래핀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휴대폰 · TV는 물론이고 고급 자동차시트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최석홍 G&CS 박사는 방열소재로서 그래핀의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광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발광다이오드(LED)의 경우 열에 약한 탓에 고성능 방열소재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IT 기기뿐만 아니다. 자동차 시트 안쪽에 그래핀 복합 소재를 덧대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열선의 온기가 빨리 전해지는 기능성 섬유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그래핀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최근에는 타 업체들과의 공동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자 소자용 접착물질 제조업체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열 배출 속도가 훨씬 빠른 `열전소재(TIM · Thermal Interface Material)`를 만들 수 있다. 최 박사는 “그래핀을 제조하는 원천 기술은 유지하면서 최대한 다른 업체들과 협력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석홍 박사가 탄소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지난 1979년 한 대기업 연구소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물질의 연소과정을 측정하고 분석하는 업무를 맡으면서 탄소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그래핀이라는 말조차 없던 시절이다. 최 박사는 “측정 · 분석 과정은 각종 장비들을 이용해 조건 · 변수에 따라 물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하는 것”이라며 “그래핀도 산처리 · 환원처리를 어떻게 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분쇄하는지에 따라 성질이 제각각으로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체들이 연구실에서 기초연구 중인 그래핀을 이 회사가 한발 앞서 방열소재용으로 양산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만의 제조방식 덕분이다. 그래핀은 흑연을 뜻하는 `그라파이트(graphite)`를 나노미터 크기까지 얇게 벗겨내는 기술이 핵심이다. 일반적으로 각종 화학물질을 이용, 그라파이트를 산처리 · 화학처리를 반복해서 시행한다. 이 때 그라파이트의 탄소층이 팽창하면 개별 층마다 떼어내 그래핀을 만든다. G&CS는 습식으로만 이뤄지는 산처리 · 화학처리 과정에 온도제어 기술을 통해 양산성을 확보했다.
용어설명/ 그래핀
연필심에 쓰이는 흑연의 구성 물질이다. 흑연을 뜻하는 그라파이트(graphite)와 화학에서 탄소 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뜻하는 접미사 `-ene`를 결합해 만든 용어다. 다이아몬드보다 강도가 강하고 실리콘 · 구리보다 전자이동 속도가 빠르다. 화학적 · 물리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