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부품업계에 `중국 직거래 위험 경보`

# 사례1. 가전제품용 부품을 주로 제조하는 업체 A는 최근 중국 시장 진출 계획을 포기하고, 국내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해 제품 경쟁력을 믿고 중국에 있는 중소 가전업체와 직거래 했지만, 4억~5억원의 물품 대금만 떼이고 말았다. 중국 업체는 차일피일 결제를 미루더니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를 선언했다.

# 사례2. 전자부품 업체 B는 지난해 중국 대형 전자업체인 하이얼과 직거래를 시작했다. 의외로 쉽게 직거래에 성공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부품이 적용된 전자렌지가 불량이 나면서, 중국 세트업체는 회로 불량의 원인으로 신규 공급업체인 B를 지목했다. 또 공급한 물품에 대한 대금 결제도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결국 다른 부품이 불량의 원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애꿎은 B사가 오랜 곤욕을 치른 후였다.



국내 부품업계에 `중국 직거래 위험 경보`가 울리고 있다.

불투명한 결제 시스템, 기업 문화 및 내부 관행 등 중국 시장에 대해 사전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섣불리 직거래를 시도하다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업체가 늘고 있다. 거래비용을 줄이기 위해 판매를 대행해온 대리점(에이전트)을 빼고 직거래를 시도하지만, 이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하기도 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위안화 가치 상승 바람을 타고 중국 세트업체와 거래를 시도하며 기회를 잡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업체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부품을 공급하고 물품 대금을 떼이는 것이 가장 흔한 사례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는 중소 세트업체와 먼저 거래를 시작한다. 중국 내 거래실적을 쌓아 대형 전자업체와 거래를 트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부 중국 업체들은 국내 부품업체들의 이런 상황을 이용해 결제 대금을 미루거나, 아예 지불하지 않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법적인 문제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상당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내 업체들은 몇 만 달러 수준의 매출 채권을 포기하고 만다.

중국 대형 세트업체들의 횡포도 종종 드러난다. 대형 세트업체가 물품 대금 지불을 거부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구매담당자들은 뇌물 및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 자칫하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도 있다. 또 세트제품이 불량날 경우, 한국산 제품이 억울하게 원인으로 지목돼 물품 대금 지급을 미루는 경우도 있다.

중국 대리점 업체를 통하지 않고 세트업체와 직거래를 시도한 업체들이 피해 기업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조금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하려다 오히려 큰 피해를 당한 것.

중국 업체와 오래 거래해온 국내 부품업체들은 안전을 위해서라도 대리점을 이용하는 게 낫다고 충고한다. 대리점을 이용하면 평이 좋지 않은 세트업체와 거래를 피할 수 있어 사전에 이런 분쟁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리점들은 매출 채권 추심에도 익숙하고, 전신환(TT)를 할인하는 방식으로 선결제해주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부품업체조차 중국 세트업체와 직거래를 하지 않는 것은 거래선 확보가 힘들어서라기보다는 안전을 위한 측면이 강하다”면서 “무엇보다 믿을만한 대리점을 찾는 게 중요하고, 대리점과 계약을 맺을 때는 결제에 대한 조항을 다른 어떤 조건보다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