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강 모 전 사장은 지난달 26일 한국~미국 노선 운임 담합 혐의로 뉴욕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미국 노선 운임을 여러 외국 항공사들과 담합한 혐의다.
미국 법무부는 아시아나항공뿐 아니라 전 세계 16개 항공사를 운임 담합 혐의로 적발했으나 이 중 한국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가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한국 항공업계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고 풀이하고 있다.
특히 다른 나라에 앞서 한국 항공사들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도 국내 항공업체를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15일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기아자동차 2010년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 `쏘울(SOUL)`에 대해 조향(steering) 장치 결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아차뿐만 아니라 미국 차업체 딜러들과 외국 브랜드 업체들에까지 화제가 됐다. 조사에 착수한 이유가 불과 한 사람이 제기한 소비자 민원 때문이어서다.
기아차 관계자는 "소비자 불만 1건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불과 보름도 안 돼 NHTSA는 현대자동차 2011년식 `쏘나타`에 대해서도 조향장치 결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역시 소비자 민원 2건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당장 미국 정부가 현대ㆍ기아차를 `잡기` 위해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고, 소비자 민원 1~2건으로 한국차 때리기 차원에서 `침소봉대(針小棒大)`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 상품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자의 대규모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주로 최대 시장인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한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견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에 대한 최근 조사를 두고 국내외 자동차 전문가들은 "미국이 도요타에 이어 최근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현대ㆍ기아차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LCD 업체에 대한 미국 지방정부 견제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뉴욕주와 플로리다주 검찰이 가격담합 행위로 국내 업체들을 잇달아 기소했다. 이런 움직임은 더욱 확산될 기세다.
업종별로 소비자 접점 범위가 넓고 자국 브랜드와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 가전, 전자 업종을 중심으로 차별적인 조사 착수와 소송 제기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물론 정부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국에서 국내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도 늘어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제품에 대한 수입 규제는 2006년 14건이던 것이 2007년 116건으로 늘었고, 2008년 121건, 2009년 122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 피해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제품 자체 경쟁력과 마케팅 강화에 신경 쓰기보다는 과외 업무에도 비중을 둬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제품 경쟁력 자체보다 소송과 클레임 제기, 각종 조사 등이 밀려들면서 이에 따른 비용 소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삼성에 대한 경쟁 업체들 견제가 전방위로 쏟아지자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IBM 다음으로 특허 등록 건수(2009년 3611건)가 많을 정도로 특허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특허 대응은 플래시메모리, 시스템LSI, TV, 휴대폰ㆍ스마트폰, LCD 등 삼성 주력 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삼성전자 글로벌 위상이 확대되고 디지털컨버전스로 여러 가지 기능을 갖춘 전자제품들이 나오면서 특허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일본 샤프와 LCD 패널 특허 분쟁을 치열하게 벌였던 적이 있다.
LCD 패널 분야 개척은 일본 업체가 했지만 후발 주자로 뛰어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원가와 품질 등에서 일본 업체들을 제치면서 세계 시장 1ㆍ2위를 기록하자 샤프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법원 등을 통해 샤프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며 제소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특허괴물(Patent Troll)로 알려진 `특허전문관리기업(Non Practicing Entityㆍ이하 NPE)`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동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상무는 "삼성은 NPE에 대한 강경 대응 이미지를 구축해 불필요한 NPE 분쟁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 월풀과 무려 6건에 이르는 냉장고 특허를 둘러싼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2월 미국 ITC는 LG전자 냉장고가 월풀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어 7월 재심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당시 ITC 측 재심 명령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업계에서는 월풀 측 정치적 공세와 경기 침체에 따른 미국 내 보호무역주의 확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황시영 기자/박승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