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낀 여름은 눈보라 치는 겨울의 예고편이다. 유럽 경제가 올해 상반기에 `깜짝 성장세`를 보였지만 올 연말부터 내년으로 `긴 겨울`이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내년 유럽 경제 분석ㆍ전망 기사에서 포르투갈, 그리스, 아일랜드, 스페인은 혹독한 겨울을 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 경제는 지난 2분기에 회복세를 보였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유로존 16개국의 2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0%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성장한 셈이다. 고용도 안정세다. 유로존 16개국 실업률은 2월 이후 10% 수준인 160만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지난 8월 유로존 경기체감지수는 101.8로 올들어 최고 수준이다. 유럽 경제 성장 원동력인 독일은 올해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했다. 수출과 내수 확대로 독일 통일 이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FT는 독일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면서 독일 경제 영향권에 놓인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등 주변국 경제도 낙관했다.
영국 경제는 2분기에 1.2% 성장해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경기둔화 주범인 건설 경기가 회복세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올해 하반기와 내년도 경기 전망도 밝다.
FT는 독일, 영국,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러시아 등 유럽 주요 국가와 폴란드, 체코, 오스트리아 등 독일 주변 국가의 내년 경기 전망을 대체로 `맑음`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들 국가의 제성장과 고용창출이 완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뜻이다.
그러나 이 같은 회복세는 유럽 중심부에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경제를 위협하는 PIGS(포르투갈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경제의 앞날은 비관적이다.
스페인의 경우 지난 2분기 실업률이 20%를 넘었다. 유로존 출범 이래 최고치다. 청년들이 10명 가운데 4명은 놀고 있다는 얘기다. EU는 스페인의 올해 실업률을 19.7%, 내년 19.8%로 내다보고 있다. 그리스 역시 올해 11.8%에서 내년 13.2%로 실업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일랜드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최근 -0.5%에서 -0.8%로 낮췄다.
FT는 유럽 중심국과 PIGS 국가 사이의 경제 양극화가 내년에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PIGS 국가의 경제 불안이 유럽과 국제 금융시장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10년 만기 독일 국채(bund) 금리는 연초 대비 지난달까지 1.10%포인트 하락했다. 프랑스 국채도 1.15%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아일랜드 10년 만기 국채와 같은 만기의 독일 국채 스프레드는 지난달 31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0년물 기준 그리스와 독일 국채 간 수익률 차이도 9%포인트를 돌파했다. 지난주 아일랜드 은행들이 320억달러를 상환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 김민구 기자/박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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