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용기자의 책 다시보기] 청와대 vs 백악관

청와대 vs 백악관
청와대 vs 백악관

`공정(公正)`하기! 쉽지 않다. 치우지지 않고 고르게, 또 올바르게 판단하기가 어려우니까. 힘을 가진 이가 사사로움과 그릇됨 없이 떳떳하게 사람을 선택하거나 일을 결정하기는 더욱 힘드니까.

2010년 8월 15일, 이명박 정부가 절반쯤 남은 임기 동안 `공정한 사회 구현`을 나라 정치의 기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는 소식에 귀가 쫑긋. 누구나 `불공정`에 서러워 울분한 적이 있을 테니까. 서러웠으되 제대로 울분을 토하지 못한 채 입술만 달싹거리다 어금니를 악문 적도 있을 테니까.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뇌리에 떠오른 미심쩍은 것. `공정한 사회 실현`을 위해 스스로 물러난 장관 후보자 셋과 오십보백보인 이가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는….

분명하지 못한 기준인 듯해 마음이 산란하고, 사리 분별이 어렵던 차에 지난해 10월 13일 밤 0시 30분에 마지막 쪽을 덮었던 `청와대 vs 백악관`을 다시 펼쳤다. “사람들이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중추로서의 대통령(비서)실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7쪽)”이 담겼으니까. 권력의 심장이 어떻게 뛰는지(15~153쪽)가 담겼으니까.

밑도 끝도 모를 물음을 품은 채 뒤적뒤적하다가 발견한 꿰뚫음 하나, 소통 부재! “권위주의적 군사문화가 뿌리 깊던” 시절(1989년)에 “대통령만을 위한 웅장한 궁궐(청와대)이 지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겠으나, 이런 구조가 후임 대통령들에게 “정치적 `소통`의 단절을 가져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20쪽)”는 느낌표. `공정`을 약속했으되 사람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거나 `이쯤이면 한두 사람 정도는 조금 봐줘도 괜찮겠지` 하는 정부 여당의 유연한(?) 대처를 보는 시민의 찬웃음이 구중궁궐 속 `제왕적 권력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는!

“모든 정보를 손에 쥐고 모든 사안을 다 꿰뚫어볼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쉬운 대통령은 이런 (참모들과 쉽게 접촉하기조차 힘든 청와대 구조가 만든) 분위기에서 훨씬 더 독단적이고 주관적인 정책 결정에 휩쓸리기 쉽다. 대통령과 참모의 거리를 좁히는 문제는 여전히 청와대의 숙제(25쪽)”다. 이 숙제를 해결할 실마리? 귀부터 여는 것.

백악관에서 대통령과 함께 일하려면 `옷장에 감춰둔 해골(인사검증 때 말하지 않은 비밀)`이 없어야 한다. 마약과 알코올 중독 경험이 없어야 하고, 탈세 검증의 중요성이 날로 커진다. 한국에서는 부동산 투기와 논문 표절 등이 인사검증의 열쇠였다(157~158쪽). 최근에는 청와대 인사검증체계가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에 너그러웠으나, 시민의 상식적인 `공정한 기준`과 달랐다. 그 밥에 그 나물 같은 한국의 (고위 공직자) 인재 풀과 우후죽순 같은 미국의 인재 풀(188~196쪽)로부터 시민의 동정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하는 공직자, 공언을 뒤집는 정치인, 듣기 좋은 여론에만 귀를 여는 그를 향한 시민의 반응은 찬웃음뿐이다. 약속을 뒤집거나 앞뒤 다른 말씀을 하지 마시라. 악문 시민의 어금니는 언제나 `표`로 분출한다.

대통령의 독실한 신앙과 국정이 충돌한다면? 사례와 해답이 될 실마리가 이 책 안(216~224쪽)에 있다.

박찬수 지음. 개마고원 펴냄.

국제팀장 e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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