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곤파스`가 우리나라에 큰 타격을 입히고 지나갔다. 전국 곳곳에서 시설이 파괴되고 사망자도 발생하는 등 안타까운 피해 소식들도 들리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일기예보에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일기예보의 태풍 구름사진을 보며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태풍은 항상 안쪽으로 빨려가는 듯한 소용돌이 형태를 띠고 있는데, 그 방향이 언제나 반시계방향이다.
이는 지구 자전에 의해 발생하는 `전향력` 때문이다. 지구가 일정한 회전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우리가 지구상에 서서 봤을 때 생기는 일종의 `가상의 힘`이다. 즉 지구 밖에서 관찰하면 전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향력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관성이나 원심력을 생각하면 된다. 버스가 갑자기 속도를 줄였을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대표적인 관성이고, 원심력은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빠르게 움직이게 되면서 느껴지는 힘이다.
지구의 회전축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적도다. 고위도로 갈수록 회전축과는 가까워진다. 즉, 적도 부근이 가장 빠르다. 여기서 말하는 빠르기는 우리가 보통 속도를 말할 때 사용하는 `움직이는 속도`인 선속도다. 반면 같은 시간에 같은 바퀴 수를 돈다고 할 땐 회전하는 속도, 즉 각속도는 같다. 정리하자면 속도가 같을 때, 회전축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선속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태풍을 여기에 적용해보자. 우리나라가 북반구에 있기 때문에 북반구를 기준으로 설명을 하자면 적도 지방에서 기류가 형성돼 고위도로 이동한다. 이 때 자전에 의해 발생하는 동쪽방향 성분의 속도를 가진 채 고위도로 움직인다. 하지만 고위도는 그 속도에 비해 동쪽으로 향하는 속도가 작다. 저기압 중심으로 공기가 들어오는 태풍이 전향력에 의해 휘어지며 북반구에선 반시계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남반구에 태풍이 발생하게 된다면 반대 방향이 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