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시장 수요급감 쇼크

경기 움직임과 소비심리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수요 급감 쇼크에 직면했다.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지난달 판매성장률(이하 전년 동기 대비)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치를 기록했다. 또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두 자릿수의 판매성장률 하락세가 이어졌다.

미국 등 선진국의 디플레이션 및 더블딥 가능성이 자동차 판매실적을 통해 방증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제기되고 있다.

1일(현지시간)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도요타 등 미국 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판매실적을 종합한 결과(승용차 및 경트럭 기준) 지난달 미국 자동차 판매는 99만7574대를 기록해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21%나 줄었다. 이는 전월(7월)에 비해서도 5% 감소한 것이다.

업체별로도 GM(-25%) 포드(-14%) 도요타(-34%) 혼다(-33%) 현대기아차(-15%) 닛산(-27%) 등 주요 생산업체들이 모두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중고차 현금보상` 정책 반짝 효과로 판매가 급증했던 지난해 8월 실적을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실적 저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제프 슈스터 JD파워 글로벌 시장전망 담당 이사는 "미국 차 시장이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르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면서 "이는 주요 거시경제지표들이 기대 이하 성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주요 국가들의 차량 판매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프랑스가 지난달 -10%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했고, 스페인은 -23%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이탈리아 역시 -19%로 지난달 차량 판매가 후퇴했고 독일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시장이 지난 4월부터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폐차 지원 인센티브가 끝났고 남유럽발 재정위기 국면이 고조되면서 소형 차량의 판매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체는 물론 자동차 부품업종 등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시장 전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오토트렌즈의 조 필리피 회장은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데 여전히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판매 증가세는 고연비 차량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 영향이 크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함께 최대 자동차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서는 지난달 97만7300대(승용차 판매량 기준)가 팔려 전년 동기에 비해 59.3% 늘어났다.

하지만 지난 7월(82만2300대)에 이어 100만대 안팎을 넘나들던 상반기 판매 증가세를 회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승용차와 상용차를 포함한 중국 내 전체 자동차 판매대수를 놓고 보면 올해 들어 3월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중국 자동차 판매량(승용차와 상용차 전체)은 지난 1월 166만400대를 기록한 데 이어 3월에도 174만4000여 대를 판매하는 등 미국 차량 판매량을 압도했다.

하지만 3월을 정점으로 4월부터 꾸준히 전체 판매대수가 하락하면서 지난달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122만대가량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중국 판매량 회복세는 적극적인 정부의 판매 촉진책 덕분이라는 지적이다. 한마디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5개 도시에서 고연비 친환경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3000위안(약 52만원)을 지원하고, 전기차 구입 소비자에 대해서는 6만위안(1040만원)가량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고연비 친환경 차량은 지난달에 7월 대비 32% 증가한 12만9600대가 팔렸다.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RC) 관계자는 "고연비 친환경 차량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아니었다면 지난달 전체 자동차 판매 회복세를 견인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자동차 딜러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판매 유인책을 펴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관계자는 "중국시장이 지난해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한 다음 올해 들어 숨 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추가적인 대폭 성장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CATRC도 올해 3분기 이후 중국 자동차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CATRC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급성장세를 보인 것을 감안할 때 3분기 이후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뚜렷하게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전문가들은 중국 내 자동차 판매 증가세가 지난 2분기부터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는 중국 전체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재고에 대한 부담도 여전한 상태다. CATRC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내 승용차 평균 재고일수가 58일에 달했다. 지난 7월(60일)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재고에 대한 염려가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인도와 남미시장은 일부 조정 국면을 보일 수 있지만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본시장은 지난달 차량 판매가 오랜만에 47%나 상승했다. 이는 다음달 차량 구매 인센티브가 만료되기 이전 막판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역시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매일경제 김경도 기자 /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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