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주는 돈 받아 떠밀리듯 불쑥 창업했다가는 바로 신용불량자가 되죠. 하지만 여기 모인 젊은 청년들은 두 달간 엄청난 고생을 미리 해봤어요. 마치 방학숙제 검사 맡는 기분일 겁니다."
`공동 사무실(coworking space)` 디자인 벤처기업 CO-UP의 양석원 대표가 꺼낸 첫마디에 100여 명의 청중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달 31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마이크로소프트 회의장에서는 `2010프라이머 창업 엔턴십 데모데이` 행사가 열렸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대학생 등 젊은이들 사이에 `제2 벤처 창업 열풍`이 불자 벤처 1세대가 나서 `엔턴십`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 지원에 나선 것. 이날 행사는 이들이 지난 두 달간 운영해온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엔턴십`이란 `엔터프리너(기업가)`와 `인턴십`의 합성어다. 창업도 일종의 준비기간과 연수기간을 거쳐야 시행착오가 적다는 점에 착안해 전자지불시스템 기업 이니시스 창업자 권도균 대표와 이택경 전 다음 공동 창업자 등이 손을 잡고 `프라이머`라는 창업지원 기업을 만들어 젊은이들 지원에 나섰다. 엔턴십을 거친 팀 중 기술력과 사업성이 뛰어난 팀에는 프라이머가 투자를 하기도 하고 다른 벤처기업과 매칭을 시켜줄 계획이다.
참가팀으로 선발된 12개 팀은 대부분 20대 대학생. 3개 팀을 제외하면 모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앱 개발 프로그램 등을 사업 아이템으로 들고 나왔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팀람다`의 박훈준 씨(25ㆍ한양대)는 같은 학교 김민기 씨(26)와 함께 개발하고 있는 `앱 제작 툴`을 소개하며 "한국형 앱에 적합한 툴이니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최근 스마트폰 앱에 큰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다른 참가자들과 청중은 미국의 앱 개발 툴과의 차별성 등을 질문하며 젊은이들의 열정에 격려를 보냈다.
TreePlanet의 김형수 대표(23ㆍ한동대)는 `나무 키우는 앱`이라는 독특한 아이템을 들고 나왔다. 그는 "이미 1년 6개월 전 법인 등록을 마치고 스마트폰상에서 나무를 심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며 "스마트폰에서 키운 나무는 실제로도 심어진다"고 설명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전 지구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첨단기기를 활용한 환경보호 아이템을 내세운 김 대표의 설명에 눈과 귀가 쏠렸다. 수익모델도 구체적이었다.
쉬는 시간에도 미래 벤처기업인들의 활발한 정보교환과 비즈니스는 계속됐다. 법인 등록을 한 이들이나 준비하는 이들이나 모두 이미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프로`가 돼 있었다.
[매일경제 고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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