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론` 실적은 화장발?`

`서민금융정책은 아랫돌 빼서 윗돌막기?`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상품으로 떠오른 햇살론이 사실은 과대포장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판매 한 달여 만에 생계자금으로만 3000억원이 나간 햇살론이 실제로는 기존에 나와 있는 희망홀씨대출에서 보증대출이 빠진 효과를 고스란히 흡수한 `조삼모사`라는 비판이다.

희망홀씨대출은 은행권과 금감원이 공동으로 만든 서민금융지원 상품으로 이 중 특례보증대출이 60% 이상 포함돼 있다.

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햇살론은 8월에도 생계자금만 3221억원이 팔리는 급증세를 이어갔다. 반면 희망홀씨대출은 지난달부터 특례보증대출이 종료되면서 8월 판매가 미미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두 상품을 합친 서민생계자금 대출규모는 8월 3500억원 안팎으로 추정돼 올해 희망홀씨대출이 가장 많이 팔린 6월(2537억원 증가)에 비해 1000억원가량 느는데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햇살론 증가폭이 희망홀씨대출의 증가분을 갉아먹은 것이다.

희망홀씨대출, 햇살론을 모두 가장 많이 취급한 농협에서 이런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농협의 지난 8월 실적을 보면 햇살론 실적은 1678억원(생계자금)으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과거 매월 450억원씩 신규 대출이 이뤄지던 희망홀씨대출은 87억원으로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농협 관계자는 "희망홀씨대출 고객이 햇살론으로 이동하면서 실적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이라며 "9월부터는 이런 추세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이유는 희망홀씨대출의 특례보증이 중단되면서 햇살론으로 보증대출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희망홀씨대출을 취급해온 시중은행들은 보증이 중단되면서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과거 희망홀씨대출을 받으려던 대출 수요자들이 이제는 햇살론쪽으로 대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햇살론이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고, 판매창구가 저축은행 농협 등으로 저변이 넓어진 점, 8~9월은 휴가철 명절로 생계자금 수요가 급증한다는 걸 고려하면 실제 성과는 미미하다"고 평했다.

금융당국은 "애초 특례보증이 희망홀씨대출에 잡힌 것이 잘못이고, 특례보증 회수는 출구전략 차원에서 예정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오비이락식으로 보증대출 이동효과가 보이지만 실제 특례보증과 햇살론 보증구조는 다르다"며 "햇살론이 희망홀씨대출 효과를 잠식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반면 금융계에선 햇살론이 기존 서민금융지원의 `밑돌(희망홀씨대출 특례보증)`을 빼 `윗돌(햇살론 보증부대출)`을 괴었다는 시각이 많다.

단기성과에 급급해 희망홀씨대출 동력원은 꺼버리고, 새로 엔진을 단 햇살론은 초기부터 차상위층과 차별, 평가시스템 불안 등 잡음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은행연합회에서 TF팀을 구성해 희망홀씨대출 추진력을 다시 살릴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은행마다 평가시스템과 고객층 등이 다양해 합의에 애를 먹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가 일거에 특례보증대출을 회수하면서 그 공백을 업계가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위기 후 보증 회수는 거시적인 출구전략하에서 불가피하지만 100% 보증을 신용등급별로 차등 적용해 은행과 고객들에게 적응할 시간을 줬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햇살론과 희망홀씨 대출은 보증부 대출이란 점에서 비슷하다. 휴면예금과 외부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미소금융과 함께 서민금융상품 3인방으로 라인업을 이루고 있다.

다만 희망홀씨는 은행 등 1금융권에서, 햇살론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에서 취급한다. 신용보증재단과 근로복지공단의 100% 특례보증이 낀 보증부 대출이 추가되면서 희망홀씨 대출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신융대출 평균금리가 13%인 반면 보증부 대출은 7%대였기 때문이다. 6월 말 현재 대출 실적 2조3008억원 중 66.6%인 1조5324억원이 보증부 대출이다. 총 34만9000명이 혜택을 입었다.

[매일경제 김태근 기자/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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